[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 속에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은 확실한 경영 성과를 내면서 경영권 입지 다지기에서도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업계 위기에도 실적 돋보여, 박준경 확실한 성과에 경영권 탄탄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이 경영권 승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3분기에 매출 1조6438억 원, 영업이익 844억 원을 거뒀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0.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9.7%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9.4% 증가한 수치다.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820억 원가량을 웃돈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로부터 고강도 구조조정 요구를 받을 정도로 고전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은 더욱 돋보인다.

다른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3분기 실적을 보면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291억 원의 영업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에 4136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으나 올해 3분기에는 1400억 원 안팎으로 영업손실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걸쳐 원재료 가격의 하향 안정이 이뤄지면서 각 기업의 3분기 실적이 호전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4분기에는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계절적으로 비수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4분기에도 6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100억 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인 라텍스 업황의 호조로 내년 실적도 긍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라텍스 장갑 재고가 소진되면서 라텍스 시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영향에 따라 중국산 수입은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호석유화학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속에도 돋보이는 실적 흐름을 보이는 원동력은 나프타분해설비(NCC) 위주의 다른 석유화학 기업과 달리 차별화된 스페셜티(고부가제품)인 합성고무가 주력 제품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올해 들어서도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관련 사업역량 강화에 지속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자회사인 금호폴리켐을 통한 에틸렌 프로필렌 고무(EPDM)의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했다. 금호석유화학의 EPDM 생산능력은 연간 7만 톤이 늘어 31만 톤에 이르게 됐다.

EPDM은 친환경차 경량화를 위한 핵심 소재로 여겨지며 이번 증산에 따른 성과는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에는 3만5천 톤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SSBR) 생산라인 증설도 마무리된다. SSBR은 전기차 타이어 소재를 쓰이는 합성고무 제품이다.  
 
금호석유화학 업계 위기에도 실적 돋보여, 박준경 확실한 성과에 경영권 탄탄

▲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경쟁력에 힘입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에도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박 사장에게 금호석유화학이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든든한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조카의 난’을 일으켰던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가 다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박 사장에게 경영권 방어는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인 박 전 상무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 상법 개정에 따라 이사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9월30일 입장문을 통해 “아직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았고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향방에는 지분 11.11%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의 지지가 결정적인 만큼 박 사장으로서는 탄탄한 경영 성과는 경영권 방어의 보증수표가 될 수 있다.\

박 사장의 특별관계자 포함 지분은 약 17.18%이며 박 전 상무는 11.49%를 쥐고 있다. 박 사장 측이 우위에 있으나 그 격차는 크지 않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 측과 박 전 상무 측 사이 지분율 차이는 국민연금, 외국인 투자자 등의 지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금호석유화학이 업계 불황에도 꾸준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현재 상황에서는 경영권이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