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정부의 '50% 하한선 감축목표' 비판, "국제기준과 헌재 결정 무시한 조치"

▲ 시민단체 회원들과 국회의원들이 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 모여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미디어허브>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기후 싱크탱크가 이번에 정부가 설정한 차기 감축목표를 두고 헌법과 국제기준에 미달한다고 비판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6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안(2035 NDC 안)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결정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2035 NDC의 하한선을 50%, 53%로 둔다는 1, 2안을 공개했다. 상한선은 두 안 모두 60%로 설정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번에 정부가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한 이유는 하한선에 있다"며 "하한을 50%로 할 것인지 53%로 할 것인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가 생각하는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어 "다시 한 번 속도조절론에 넘어간 것"이라며 "이는 새 정부의 기후정책에 철학과 비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이번 2035 NDC와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한다면서 올해 9월19일부터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왔다. 

2035 NDC 의견 수렴 홈페이지를 보면 제출된 의견의 대다수가 60% 이상 감축안을 지지하고 있으나 산업계가 50% 이상 감축안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정부도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더 큰 문제는 국민 가운데 누구도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 가운데 정부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기후총회(COP30)에서 2035 NDC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는 공론화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가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8월 헌재는 정부가 단기 이익에 치우쳐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2035 NDC가 50%대로 설정된다면 헌재 결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여럿 나오고 있다.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이날 2035 NDC 공청회에서 "정부가 설정한 2035 NDC 하한선은 명백히 헌재 결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가 5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2035 NDC는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보고서에서 유엔환경계획은 다른 국가들이 내놓은 2035 NDC를 종합한 결과 글로벌 기온상승 수준이 2.6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국제 기후목표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한국의 기후정책을 분석한 결과 탄소중립 달성 경로가 매우 불분명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새 정부가 구성되고 기후부도 신설됐지만 정책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여전히 단기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급급하고 장기적 전환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어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헌재는 감축목표 설정에 있어 미래세대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헌정적 책무가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회는 2026년 2월28일까지 헌재 결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감축목표 수립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