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포스코 위기에는 '오뚝이' 같은 CEO 필요하다, 이희근 왜 단독대표로 선택됐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26091955_134570.jpg)
▲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가운데)이 2월2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룹 인권경영 선언문' 선포식에서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왼쪽),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선 이후 철강업계를 둘러싼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류미늄 제품에 25%에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이 수출하던 철강에 부여되던 연간 263만 톤에 이르는 면세 쿼터제도 폐지됐다.
지난해 건설 경기 부진에 더해 값싼 중국산 철강으로 고역을 치렀던 포스코의 앞에 넘어야 할 장벽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 창사 이래 최대 위기 포스코, 장인화의 구원투수는 이희근
지난해 포스코는 철강업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에 더해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 회장이 구원투수로 선택한 경영자가 이희근 사장이다.
이 사장은 1962년생으로 전북대학교 금속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1998년에는 포항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재료학과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포스코에 입사한 뒤에는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 등을 맡는 등 현장에서 뛰며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을 맡으며 안전 분야의 전문가로도 거듭났다.
이 사장이 역임한 안전환경본부장은 포스코의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안전·환경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안전환경본부의 책임자다.
포스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그룹 내 핵심 요직으로 갈 수 있는 등용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자인 이시우 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도 초대 안전환경본부장을 맡았다.
다만 이 사장은 2024년 3월 포스코의 비상임고문이 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랬던 그가 장 회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해 11월 설비강건화TF팀장을 맡으며 복귀하게 된 것이다.
장 회장은 2024년 11월 10일과 24일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에서 연이은 화재가 발생하자 설비강건화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시켰다.
설비강건화TF는 포항, 광양을 비롯해 포스코가 보유한 모든 제철소를 점검해 설비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사장은 설비강건화TF팀장을 맡으며 그룹 내 입지를 키웠고 이후 이어진 정기 임원인사에서 포스코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 포스코 대표이사 입지 강화, 권한 만큼 커진 책임
장인화 회장 체제 이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자리가 지닌 무게감은 과거보다 한층 커졌다.
장인화 회장의 강력한 세대교체 행보 속에서 포스코가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최정우 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2022년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로 포스코를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했다.
공동대표는 대표이사 각자가 의사 결정권을 갖는 각자대표 체제나 단독 대표 체제와 달리 여러 명의 대표이사가 하나의 의사 결정권을 보유하는 체제를 뜻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김학동 당시 부회장과 정탁 당시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로서 이끌게 됐다. 김 부회장은 정탁 당시 사장이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자리를 비운 뒤에도 이시우 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유지하며 그룹 실세 자리를 유지했다.
장 회장은 취임 직후 김학동·정탁 부회장을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포스코를 단독대표 체제로 바꿨다. 체제 개편 1년 뒤엔 이시우 전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이희근 사장을 단독 대표이사로 삼으며 힘을 실었다.
이 사장은 대표적인 ‘장인화 라인’으로 분류된다. 장 회장이 이 사장의 선임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를 강력하게 움켜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씨저널] 포스코 위기에는 '오뚝이' 같은 CEO 필요하다, 이희근 왜 단독대표로 선택됐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26092014_98246.jpg)
▲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이 5일 경북 포항 포스코 청송대에서 열린 철강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회장의 신뢰 아래 포스코그룹의 키맨으로 자리 잡은 이희근 사장은 포스코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 악화 속에서 경영에 집중해야만 한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으로 위기에 빠진 포스코의 철강 분야 실적을 끌어올리는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강 제품 물량은 2020년 601만6634톤에서 지난해 879만7355톤으로 46% 늘어났다.
두꺼운 철강재로 선박 건조 등에 쓰이는 후판에서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에 국산이 상대가 안 되는 상황이다.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이 중국의 막대한 철강 생산력 때문에 값싸게 생산되는 데다가 한-중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장 회장으로서도 이 사장이 맡은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철강 분야 확대로 호실적을 거뒀던 최 전 회장과 달리 장 회장은 철강 분야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2024년 2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라며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사장 또한 2025년 1월3일 취임사에서 앞으로의 지향점으로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설정했다. 이외에도 △안전 바탕의 세계 최고 현장 경쟁력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유연하고 창의적인 전략 수립 △중장기적 판매 기반 확보 △소통 강화 △강건한 조직문화 등이 꼽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