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가운데 B노선과 C노선이 1년 넘게 착공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도 견고한 호재로 꼽혔던 GTX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삽도 못 뜬 'GTX B·C 노선' 1년 넘게 공회전, 부동산 호재 기대도 옅어져

▲ 지난해 1월2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GTX-C 착공기념식 모습. <연합뉴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B노선과 C노선은 지난해 성대한 착공 기념식과 다르게 자금조달 및 공사비 문제 등으로 1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실제 공사에 돌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GTX-B는 인천대입구역과 남양주 마석역을 잇는 길이 82.8km, 14개 역으로 계획됐다. 구간 중앙의 용산-상봉, 4개 역은 재정사업으로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3월 착공식 이후에도 인천대입구-용산, 6개 역과 상봉-마석, 4개 역으로 구성된 민자사업 구간은 아직 착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GTX-B 민간사업자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으로 총사업비는 4조2894억 원 규모다.

GTX-B는 사업비 조달과 관련한 건설투자자와 금융투자자 사이 이견이 최근 좁혀지면서 조만간 실제 착공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예정 공사기간이 72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당초 목표로 했던 2030년 개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구간이 민자사업 구간으로 이뤄진 GTX-C는 실제 착공이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TX-C는 양주 덕정역과 수원역을 연결하는 길이 86.46km, 14개 역으로 조성된다.

GTX-C는 지난해 1월 착공식을 가졌지만 착공 시점에 관한 윤곽이 아직 뚜렷히 잡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GTX-C 민간사업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 총사업비는 4조6084억 원이다.

수년 동안 급격히 오른 공사비 탓에 건설투자자들이 2019년 결정된 사업비로 공사를 진행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어 국토교통부 및 기획재정부와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60개월로 잡혀있는 예정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개통목표 시점인 2028년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GTX-A노선 일부 구간(수서-동탄)을 시작으로 광역급행철도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정차역이 들어설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GTX가 호재로 집값 상승의 호재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다만 GTX-B,C의 착공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이들 노선이 지날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는 점차 기대감이 시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와 맞물려 들썩이는 일명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 탓에 집값이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GTX 호재가 한풀 꺾인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GTX-B 인천대입구역이 예정된 인천 송도는 최근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송도에 위치한 주요 단지들의 실거래가를 종합해보면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에서 올해 2월 기준으로 1년 동안 집값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에서는 최대 2억 원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도를 포함한 인천 연수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2월24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0.30%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6주 연속 하락했다.

GTX-B의 다른 종점인 마석역이 위치한 남양주시 역시 1년 동안 아파트값이 0.79% 내렸다. 역시 올해 들어 매주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삽도 못 뜬 'GTX B·C 노선' 1년 넘게 공회전, 부동산 호재 기대도 옅어져

▲ 지난해 말 개통한 GTX-A 운정중앙-서울역 구간 역사 모습. <연합뉴스>


GTX-C 노선 근처의 지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GTX-C가 지날 인덕원역 인근 실거래가를 분석해보면 전용 84㎡ 기준으로 최근 1년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이 수천만 원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 GTX-C 정차역으로 확정됐었던 2021년과 비교하면 다수의 단지에서 3억 원 안팎이 낮은 실거래가를 형성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2달 동안 220만 명 가까운 이용객이 찾은 GTX-A 운정중앙-서울역 구간 인근에서는 개통 뒤 집값이 일부 상승세를 보인 단지들이 확인됐다.

경기 파주시 운정중앙역과 6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일부 매물은 2월 초 7억1천만 원의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최근 거래와 비교해 3천~5천만 원가량 높은 가격에 손바뀜한 것이다.

서울 외곽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GTX는 직장이 몰려 있는 서울 중심지나 강남으로 출퇴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실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체감상 컸다”며 “최근의 금리 인하 기조는 좋은 신호로 여겨지는데 GTX 착공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들리면 시장 심리가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