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승환 에코프로 미래전략본부장이 경영 보폭을 확대해  미래 경영승계를 위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장남인 이 본부장은 이번 연말 정기 인사에서 2년 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에코프로그룹 후계자로 거론되는 그가 배터리 소재 사업 밸류체인 강화, 신사업 본격화 등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 이동채 장남 이승환,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강화로 승계 명분 쌓기 전면에

▲ 이승환 에코프로 미래전략본부장이 전무로 승진하면서 향후 그룹 경영에서 존재감을 더 각인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2023년 11월1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기념행사에 참가한 이 전무 모습. <에코프로>


3일 에코프로그룹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무의 이번 승진은 에코프로그룹이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라는 위기 돌파 해법으로 내놓은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기여를 인정받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의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니켈제련→전구체→양극재→폐배터리 재활용이라는 그룹의 밸류체인을 강화, 양극재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외부 고객사 매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투자 계획이다. 현재 전반적 밑그림이 완성된 상태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이 전무는 향후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추진 현안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별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세부 추진 계획을 보면 기존 전구체 생산을 담당하는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가치사슬의 범위를 ‘니켈수산화침전물(MHP) 정련’으로 확장한다. 

니켈수산화침전물 정련→황산화 공정→전구체 가공 등 연결고리를 구축해 니켈에서 전구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7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소재 니켈제련소 ‘그린에코’ 지분을 연내 취득할 예정이다. 제련소를 본격 가동하는 내년 상반기부터 니켈수산화침전물(MHP) 정련 단계를 새롭게 회사의 가치사슬에 포함하게 된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중국 ‘GEM’과 인도네시아 제련→전구체→양극재 등 공정을 통합·운영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내년 초 연간 생산능력 10만 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지주사 에코프로도 안정적 니켈 공급선을 위해 GEM의 인도네시아 제련소에 지금까지 약 3억 달러를 투자, 니켈 자원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외에도 이 전무는 그룹 사업 전반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에코프로에이치앤은 양극재 소성용 도가니, 양극재 첨가재(도펀트) 등을 생산하는 초평사업장의 2단계 투자를 통해 신사업으로 반도체 전공정용 재료와 패키징 공정 소재 개발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이같은 전략을 통해 2030년 환경부문 8천 억 원, 신소재 부문 5천억 원 등 매출 1조3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은 전기차 시장 캐즘 여파로 올해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2조47890억 원, 누적 영업손실은 193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약 60%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그룹은 원광→니켈(MHP)→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강화를 통해 전기차 시장 캐즘이라는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한편 신사업을 통해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쏠린 높은 의존도를 완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 이동채 장남 이승환,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강화로 승계 명분 쌓기 전면에

▲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약 1조9천억 원 규모의 에코프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에코프렌들리데이'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에코프로>


이 전무는 2022년 12월 에코프로비엠에서 해외사업담당 상무에 오른 지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 승계에 한층 더 다가갔다. 앞으로의 에코프로그룹에서의 경영행보가 향후 승계의 정당성을 부여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향후 이 전 회장의 보유지분 승계 계획은 재계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 전 회장은 올해 3분기 말 현재 에코프로 주식 18.8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지분가치는 약 1조9천억 원이다. 현행 세제 아래에서 예상 상속·증여세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전무의 보유 지분은 △에코프로 0.14% △에코프로비엠 0.01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 1.07% 등이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 일가의 소유회사 데이지파트너스(전 이룸티앤씨)가 지분승계 과정에서 적극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데이지파트너스는 에코프로 지분 4.81%, 에코프로비엠 지분 3.99%,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 0.57% 보유하고 있다.

이 전무는 1989년 생으로 연세대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삼정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에코프로비엠에 입사해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2022년 12월 그룹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뒤 2023년 4월 지주사 에코프로의 미래사업본부장으로 발령받으며 경영승계를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지분 승계와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