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회에서 의약품 수급 안정을 위한 약사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개정법안들은 수요가 쏠리는 일부 브랜드약으로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또 지나치게 낮은 의약품 가격을 손봐 제약업계가 생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내용도 담는다.
다만 이는 건강보험재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의사의 처방권한에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 가뜩이나 의대 증원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일이 법안 통과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에서 흐지부지 됐던 약사법 개정논의가 22대 국회 들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약국뺑뺑이' 현상이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의약품 수급안정을 위한 다수의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하며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지난 국회에서 의약품 수급안정 논의를 이끌었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같은 당 민병덕, 이수진, 서영석, 김윤 의원 등이 각각 의약품 수급안정화 방안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통해 △정부 약품 수급시스템 강화 △제약업계 지원정책 △동일성분조제 촉진 등을 통해 의약품 수급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을 입법 목표로 삼고 있다.
이같은 입법 논의는 최근 전국 일선 약국에서 2023년 독감 유행으로 발생한 '약국뺑뺑이' 문제가 올해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가을 들어 천식, 폐렴, 백일해, 코로나19 등 각종 호흡기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월12일에는 2011년 통계작성 이후 첫 백일해 영아 사망자가 나왔다.
해열제, 기침약, 항생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영유아용 의약품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유아는 독한 성인용 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패치형, 시럽형, 연고형으로 제조된 전용약을 필요로 한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2024년도 어린이용 의약품 수급 동향'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 기침 감기약 등 어린이용 의약품 상당수가 수급불안정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침증상을 완화하는 어린이용 감기약인 ‘시네츄라시럽’의 공급 대비 청구량은 2023년 1분기 106%, 2024년 1분기 107%로 2년 소비량이 공급량을 넘어섰다.
이에 의약품 수급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약사법 개정 논의가 힘을 얻는 상황이다. 다만 약사법 개정의 핵심인 제약업계 지원과 동일성분조제를 놓고 의료계 반대를 넘어야 한다는 점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수급안정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 내용 가운데 제약업계 지원정책은 단가가 맞지 않아 제약업계가 생산을 포기할 수준에 놓인 의약품 공급가를 높이고 신약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재원이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재정을 공유하는 의료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면 늘어난 제약업계 몫 만큼 다른 분야의 몫이 줄어드는 일을 피하기 힘들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도 건강보험료율을 7.09%로 결정해 2년 연속 동결했다.
또 약사법 개정의 핵심인 동일성분조제는 타이레놀, 타미플루와 같은 브랜드약 처방에 따라 수급문제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약사들이 동일성분의 다른 브랜드약을 조제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대체조제 혹은 성분명조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의사의 약 처방권한을 간섭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특별히 민감해하는 내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입장을 내고 “의사의 처방권 침해와 환자의 알 권리를 동시에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약사의 편의와 효율성만을 고려해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는)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동일성분조제를 둘러싼 약계(약사)와 의료계(의사) 대립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타이레놀을 비롯한 해열제와 진통제, 기침약 등의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대체조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약계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을 하려면 의약분업부터 재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시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성분명처방(동일성분조제) 운운하며 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파기하자는 것"이라며 "약사가 약품 선택권을 가져가겠다면 의사도 약품 조제권을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의료계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이 국회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도 3일 의원회관에서 의약품 접근성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어 약사법 개정 논의에 뛰어들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같은 의료계 반대를 고려해 일부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의약품 수급에 초점을 맞춘 약사법 개정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수급방안에 초점 맞춰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의사 반대 등을 고려해) 당장 드라이브를 건다기 보다는 논의를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
이 개정법안들은 수요가 쏠리는 일부 브랜드약으로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또 지나치게 낮은 의약품 가격을 손봐 제약업계가 생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내용도 담는다.
▲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희귀질환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 방향 국회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이는 건강보험재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의사의 처방권한에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 가뜩이나 의대 증원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일이 법안 통과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에서 흐지부지 됐던 약사법 개정논의가 22대 국회 들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약국뺑뺑이' 현상이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의약품 수급안정을 위한 다수의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하며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지난 국회에서 의약품 수급안정 논의를 이끌었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같은 당 민병덕, 이수진, 서영석, 김윤 의원 등이 각각 의약품 수급안정화 방안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통해 △정부 약품 수급시스템 강화 △제약업계 지원정책 △동일성분조제 촉진 등을 통해 의약품 수급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을 입법 목표로 삼고 있다.
이같은 입법 논의는 최근 전국 일선 약국에서 2023년 독감 유행으로 발생한 '약국뺑뺑이' 문제가 올해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가을 들어 천식, 폐렴, 백일해, 코로나19 등 각종 호흡기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월12일에는 2011년 통계작성 이후 첫 백일해 영아 사망자가 나왔다.
해열제, 기침약, 항생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영유아용 의약품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유아는 독한 성인용 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패치형, 시럽형, 연고형으로 제조된 전용약을 필요로 한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2024년도 어린이용 의약품 수급 동향'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 기침 감기약 등 어린이용 의약품 상당수가 수급불안정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침증상을 완화하는 어린이용 감기약인 ‘시네츄라시럽’의 공급 대비 청구량은 2023년 1분기 106%, 2024년 1분기 107%로 2년 소비량이 공급량을 넘어섰다.
이에 의약품 수급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약사법 개정 논의가 힘을 얻는 상황이다. 다만 약사법 개정의 핵심인 제약업계 지원과 동일성분조제를 놓고 의료계 반대를 넘어야 한다는 점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수급안정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 내용 가운데 제약업계 지원정책은 단가가 맞지 않아 제약업계가 생산을 포기할 수준에 놓인 의약품 공급가를 높이고 신약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재원이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재정을 공유하는 의료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면 늘어난 제약업계 몫 만큼 다른 분야의 몫이 줄어드는 일을 피하기 힘들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도 건강보험료율을 7.09%로 결정해 2년 연속 동결했다.
또 약사법 개정의 핵심인 동일성분조제는 타이레놀, 타미플루와 같은 브랜드약 처방에 따라 수급문제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약사들이 동일성분의 다른 브랜드약을 조제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대체조제 혹은 성분명조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의사의 약 처방권한을 간섭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특별히 민감해하는 내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에 반대입장을 내고 “의사의 처방권 침해와 환자의 알 권리를 동시에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약사의 편의와 효율성만을 고려해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는)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동일성분조제를 둘러싼 약계(약사)와 의료계(의사) 대립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타이레놀을 비롯한 해열제와 진통제, 기침약 등의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대체조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약계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을 하려면 의약분업부터 재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이 2022년 12월3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한 약국에 감기약 수급 안정을 위해 1인당 구매한도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성분명처방(동일성분조제) 운운하며 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파기하자는 것"이라며 "약사가 약품 선택권을 가져가겠다면 의사도 약품 조제권을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의료계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이 국회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도 3일 의원회관에서 의약품 접근성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어 약사법 개정 논의에 뛰어들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같은 의료계 반대를 고려해 일부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의약품 수급에 초점을 맞춘 약사법 개정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수급방안에 초점 맞춰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의사 반대 등을 고려해) 당장 드라이브를 건다기 보다는 논의를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