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독대 불발로 고립된 한동훈, 윤석열과 선 그을 '결단의 시간' 다가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실패로 이른바 ‘식물 대표’로 평가받을 정도로 무력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할 기회를 달라고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에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윤 대통령의 '불통의지'가 확고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에 크게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함께 한 만찬자리에서 산적한 현안문제를 거론조차 못하면서 외통수에 몰렸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지만 만찬에서 말 한 마디를 안 시켰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당선됐을 때 외롭게 두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하더니 정작 24일 만찬에서는 바보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근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 지도부의 만찬은 예상대로 빈손만찬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조차 못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그 뒷모습이 너무 초라하다”고 꼬집었다.

야당에서는 의정갈등과 민생위기 등 쌓여 있는 현안을 제대로 짚지 못한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의 한계와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드러났다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 독대 불발로 고립된 한동훈, 윤석열과 선 그을 '결단의 시간' 다가온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가운데 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뉴스룸 갈무리>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밖에 나가 이야기하기 창피하다고 말할 정도로 허무하게 끝난 빈 껍데기 만찬이었다”며 “의료대란과 민생위기를 꺼내지 못한 만찬을 진행한 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의 자세인가”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장바구니와 에너지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의료대란까지 벌어진 엄중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진행된 당정 만찬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집권 여당 대표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짚었다.

한동훈 대표는 만찬 뒤에도 윤 대통령과 독대를 시도하면서 자신이 대국민 약속으로 천명했던 의정갈등 해소와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 등의 이슈를 풀어나가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 대표는 만찬의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안 관련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앞으로 윤 대통령과 주요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냉랭한 관계가 이미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곪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다가 독대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한 대표가 도드라지는 모습을 대통령실에서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가 야당 대표처럼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강요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독대를 하게 되겠지만 (4·10 총선 등 주요 이슈에서 부딪히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빈손독대’로 끝나 한동훈 대표의 위상이 더 추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 및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이가 벌어진데다가 원외대표로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선에 나가려면 국민의힘 당헌 당규상 내년 9월까지 사퇴해야 되는데 그 기간을 다 채우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경우 1년 6개월 전에 당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기 대선은 2027년 3월3일이고 이로부터 1년6개월 전은 2025년 9월이 된다. 

한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을 떠나 꾸준히 견제 메시지를 통해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을 높이는 선택을 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며 "내년 9월 이전에라도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한번 큰 충돌이 있고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