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증시에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기대감이 또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우수 종목들을 선별한 ‘코리아 밸류업지수’ 출시를 목전에 두면서다.
시장에서는 밸류업지수 안에 포함되는 종목은 추종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물론 주주가치 확대를 위한 모범 사례로 평가돼 주가 상승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출시를 앞두고 편입 유망 종목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
현재 밸류업지수에 편입될 종목은 베일에 감춰져 있는데 밸류업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만큼 편입 유망종목도 일본의 선례를 통해 대략적으로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 코리아 밸류업지수가 출시되고 4분기에는 이 지수에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서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와 연계 ETF의 4분기 출시 등 밸류업 관련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하며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밸류업지수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최소 조 원 단위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계 ETF 상품를 통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상장사들도 이에 발맞춰 활발하게 밸류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6~7월 두 달 동안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총 11곳이었는데 8월 한 달 동안은 16곳으로 크게 늘었다.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는 업종도 금융주에서 점차 비금융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7월 한 달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100% 금융주였는데 8월엔 금융주 비중이 약 42%로 낮아졌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2일 10대 그룹 대상 간담회를 열고 협조를 당부하면서 금융주 이외의 제조업 등 종목의 밸류업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탐색하고 있다. 지수 편입 자체가 주가 반등의 모멘텀(추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본의 선례를 통해 윤곽을 가늠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일본판 밸류업지수인 ‘JPX프라임150’을 지난해 1월4일 출시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JPX프라임150은 일본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 가운데 재무적 성과를 기준으로 75개 기업, 시장평가를 기준으로 75개 기업을 각각 선별한다.
재무적 성과 기준은 직전 분기와 현재 분기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기업 가운데 자본 수익성(Equity Spread, ROE-주주자본비용)이 높은 상위 75개 기업을 선별한다.
시장평가 기준의 경우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 이상인 기업들 가운데 시장 정보를 종합해 미래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 75곳을 선별한다.
▲ 도쿄 증권거래소는 JPX프라임150 지수를 운영하고 있다. |
다만 JPX프라임150 하나뿐인 일본과 달리 코리아 밸류업지수는 두 가지로 나눠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만약 밸류업 지수가 2개로 나눠 출시된다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우수기업지수와 한 가지 조건만을 충족하는 유망기업지수로 구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우수기업지수에 관심이 더 쏠릴 가능성이 있다. 그 수가 적어 추려내기도 용이하며 기관투자자의 수급이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우수기업지수에 편입될 조건을 개략적으로나마 압축해보면 △ROE가 8% 이상일 것 △PBR이 1배를 웃도는 기업일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준에 맞는 종목들이 가장 많은 비금융 업종은 반도체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예상 ROE가 9.9%, 예상 PBR은 1.3배로 집계된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예상 ROE 29.6%, PBR 1.6배다.
두 종목은 향후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확대로 인한 실적 상승 모멘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티씨케이(14.2%, 2.2배), 코미코(23.7%, 2.4배), 원익QnC(17.8%, 1.4배) 등의 반도체 종목도 있다.
그 밖엔 건설업종에 삼성E&A가 유력 종목으로 꼽힌다. 올해 예상 ROE와 PBR은 각각 20%, 1.1배로 해외에서의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밸류업 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S도 시스템구축업종에서 밸류업지수에 들어갈 가능성 있는 종목으로 평가된다.
삼성SDS는 올해 예상 ROE가 8.4%, PBR이 1.2배다. 시총의 20%에 이르는 약 2조4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보유 자사주 비중은 전체의 0.036%에 불과해 자사주 매입 여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S는 현재 내부적으로 밸류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에 밸류업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의류업종의 감성코퍼레이션(34.1%, 2.7배)과 교육의 메가스터디교육(23.3%, 1.0배) 등도 밸류업지수 편입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여겨진다.
감성코퍼레이션과 메가스터디교육은 향후 3년 동안 각각 순이익의 50%와 60% 가량을 주주환원에 쓸 계획을 세웠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