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체코 원전사업에 현지 전문가 회의적, "비용 증가와 기술분쟁 리스크"

▲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사업과 관련해 현지 전문가들이 관련 비용 및 자금 조달 등 문제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과 관련해 현지언론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한수원이 프랑스 EDF보다 낮은 입찰가를 써내며 승기를 잡았지만 프로젝트 진행에 여러 난관이 남아있고 실제 사업비용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체코 포브스는 18일(현지시각)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련 비용과 수자원,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분쟁을 포함한 여러 걸림돌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원전 건설에 필요한 총 비용이 아직 분명하게 집계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체코 정부가 예측한 사업비용은 유럽 내 다른 원전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데 이는 자금 조달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하지 않았고 조달 경로도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체코전력공사(CEZ)는 첫 번째 원전에 관련해 유럽위원회와 이미 관련 논의를 거쳤지만 두 번째 원전에 관련해서는 아직 자금 조달 등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체코 정부와 유럽위원회 사이 논의에 수 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있고 원활한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체코전력공사가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자금을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체코전력공사에서 이러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 언론 노빈키는 한수원이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유를 두고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입찰 가격 덕분일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에너지회사 ENA의 지리 가보르 연구원은 노빈키에 “한수원은 프랑스 EDF와 비교해 입지가 약한 만큼 최저 입찰가를 써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한수원이 낼 수 있던 유일한 카드”라고 말했다.

다만 노빈키는 투자기관 XTB 소속 지리 틸레체크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과거 건설 사례를 봤을 때 현재 거론되는 사업비는 완전히 비현실적”이라며 “비용이 3배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가보르 연구원은 체코 공영방송 체코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수원의 유럽 원전사업 경험 부족이 리스크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한수원이 이번에 수주한 것과 같은 대규모 글로벌 원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공사 일정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하는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가보르 연구원은 한수원이 아랍에미리트 원전 프로젝트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포브스는 원전 냉각에 필요한 수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두코바니 원전과 인접한 수자원 양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체코전력공사는 건식 냉각이나 공기 순환 등 다른 방식을 활용해 원전 냉각에 필요한 수자원 소모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포브스는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상대로 원전 기술 사용과 관련한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중인 국제중재 절차가 웨스팅하우스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간다면 한수원이 원전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워져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보르 연구원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사이 기술 분쟁은 두코바니 원전사업에 분명한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그는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과 첨예한 협상 끝에 결국 이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며 분쟁을 멈추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얻게 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포브스는 “두코바니 원전 최종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풀어야 할 많은 의문들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