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염태순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신성통상을 자진 상장폐지하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소액주주 지분을 모으는 것이다.
 
염태순 '속 보이는' 신성통상 공개매수 막는다, 소액주주 '개미의 힘' 보여주나

▲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이 회사의 공개매수 및 자진 상장폐지 계획에 반발하며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이들은 오너일가가 의도적으로 주가 부양에 신경쓰지 않다가 이제야 신성통상 주식을 대거 매집하는 배경에 신성통상에 쌓인 3천억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오너일가가 독식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4일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은 신성통상 최대주주이자 2대주주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의 신성통상 지분 공개매수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신성통상 지분 공개매수 계획이 공시된 21일 카카오톡에서 별도의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단체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약 200명에 가까운 소액주주들이 모인 상태다.

이들은 ‘신성통상 소액주주 행동주의방’이라는 이름으로 주말 내내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폐지 시도를 막기 위한 방안을 얘기했다.

회사를 자진 상장폐지하려면 해당 회사의 지분을 최소 95% 확보해야 한다. 소액주주들은 지분 5% 이상을 모아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계획하고 있는 신성통상의 상장폐지 시도를 막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신성통상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들이다.

신성통상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신성통상 오너인 염태순 회장이 지분 10%를 들고 있는 회사다. 염 회장의 아들인 염상원 사내이사가 지분 82.43%, 에이션패션이 지분 7.57%를 가지고 있다.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회장이 지분 53.3%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나안이 나머지 지분 46.5%를 들고 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주도하는 신성통상 지분 공개매수 계획은 사실상 염태순 회장의 뜻에 따라 추진되는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오픈채팅방에 모인 소액주주들은 각자 보유한 신성통상 주식 보유 수량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파악한 신성통상 소액주주 지분은 모두 2.7%가량이다.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시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저지선 5%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물량이다. 최소 2.3%의 지분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으로 여겨지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만 약 76억 원이다.

이들은 24일 장 시작 이후에도 여력이 되는 대로 신성통상 주식 추가매수 사실을 공유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이 염태순 오너일가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는 데는 그동안 회사가 보여준 행보에 대한 강한 불신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성통상은 국내 유명 SPA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는 패션기업이다. 올젠과 지오지아, 앤드지 등 다른 패션 브랜드도 여럿 소유하고 있다. 계열사 에이션패션은 패션 브랜드 폴햄을 유통한다.

소액주주들은 신성통상이 실적 측면에서 최근 수 년 동안 급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관리에는 매우 소홀했다고 보고 있다.

신성통상은 제56기 사업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425억 원, 영업이익 1441억 원을 냈다. 직전 사업연도보다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3년 전인 제53기 사업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과 비교하면 매출은 50.2%, 영업이익은 248.1% 증가했다.

신성통상이 실적 고공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반일감정 고조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 대신 국산 브랜드를 사용하자는 소비 흐름과 코로나19 기간 패션산업에 대한 보복소비 열풍 등이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과 반대 흐름을 보였다. 신성통상 주가는 2021년 8월경 448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4월에는 1754원까지 떨어졌다. 약 3년 동안 영업이익은 약 3.5배 늘었으나 주가는 거의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은 염태순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주주친화 정책을 소홀히 한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신성통상은 2012년 이후 10년 동안 무배당 정책을 고수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 탓에 지난해 배당을 재개했지만 총 규모가 72억 원 정도에 수준에 그쳤다. 제56기 사업연도 별도기준으로 낸 순이익이 811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최근 대부분의 유통회사들이 배당성향을 최소 30~40%로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10년 동안 배당하지 않다가 재개한 배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소액주주들의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일가가 갑자기 공개매수 카드를 꺼낸 것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신성통상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소액주주들은 본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신성통상 지분 22%가량을 공개매수하는 데 쓰는 돈은 728억 원이다. 

소액주주들은 오너일가가 계획대로 신성통상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 신성통상에 쌓인 이익잉여금이 모두 오너일가에게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성통상이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2012년만 하더라도 712억 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3111억 원까지 꾸준히 쌓였다.

신성통상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데 700억 원가량을 쓴다고 하더라도 신성통상에 쌓인 이익잉여금 규모를 생각하면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이른바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구체적 수치를 봐도 오너일가가 제시한 신성통상 공개매수 가격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분기 말 기준 신성통상의 주당자산가치(BPS)는 3136원이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신성통상 지분 공개매수 가격으로 1주당 2300원을 제시했는데 주당순자산가치의 73% 수준이다.

소액주주들은 신성통상 지분 공개매수와 자진 상장폐지 시도에 항의하기 위해 현재 주주가치와 관련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국회의원과 언론을 대상으로 부당함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