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택시장 악화로 비수도권 중소건설사들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지자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건설업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보니 지자체들은 대형건설사에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를 적극 요청하며 중소건설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위기의 중소건설사 구하기 나선 지자체, 대형건설사에 직접 하도급 SOS

▲ 지자체들이 대형건설사에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를 적극 요청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잇따라 대형건설사 본사를 직접 방문해 지역 발주 공사에 해당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요청을 하고 있다.

충남도는 앞서 17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등을 찾아 중소건설사 하도급 참여 확대를 적극 요청했다. 지역건설사 하도급률 60% 이상 확대, 지역건설기업 협력업체 등의 도내 발주공사 참여 등을 논의했다.

충남도는 또 대한전문건설협회 세종시·충청남도회와 함께 지역건설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상생을 강화하는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충남도뿐 아니라 지역건설업체의 대형건설사 하도급 참여 확대를 위해 부산시, 울산시, 김해시, 전북도 등도 대형건설사를 만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5월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에서 실무 담당자와 간담회를 열고 지역자재 및 장비와 인력을 80% 이상 사용하도록 적극 건의하고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협력업체 등록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자체들은 지역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신규 사업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서도 지역업체들의 역할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울산시는 5명으로 팀을 구성해 포스코이앤씨, HL디앤아이한라, 롯데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등 6개 건설사에 방문하기로 했다. 

6개 건설사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사업비 9조2580억 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구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 울산신항 남방파제 등 15개 사업을 울산에서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잔여 공종을 분할 발주하고 지역제한 입찰을 확대해 수주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지자체가 지역건설사를 돕기 위해 직접 나선 이유는 비수도권 위주로 주택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건설사들이 쓰러지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물량은 7만1997세대로 수도권 1만4655세대, 비수도권 5만7342세대다. 2021년 1월 수도권 1861세대, 비수도권 1만5269세대였던 점과 비교하면 각각 687%, 276% 증가한 것이다. 

증가율은 수도권이 더 높지만 증가폭만 보면 수도권이 1만2천여 세대, 비수도권이 4만2천여 세대로 비수도권 물량이 압도적이다. 더욱이 수도권 주택가격은 반등하고 있지만 비수도권 주택시장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0.16% 상승했고 인천은 보합, 경기는 0.93% 하락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0.95% 하락세를 나타냈다.

서울은 아파트값이 12주 연속 올랐고 인천과 경기도 5~6월 사이 반등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올 들어 아파트값이 4.69% 하락한 세종을 비롯해 대구(-2.22%), 부산(-1.58%), 충남(-1.00%), 울산(-0.38%), 광주(-0.61%), 대전(-0.56%) 등은 부진한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기의 중소건설사 구하기 나선 지자체, 대형건설사에 직접 하도급 SOS

▲ 지난 5월28일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관계자들이 포스코이앤씨 공동주택사업 현장소장 등ㄱ돠 현장간담회를 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실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7일까지 폐업 신고를 공고한 종합건설사는 266곳 중 145곳이 비수도권 종합건설사로 서울(64곳)·인천(16곳)·경기(41곳) 등 수도권보다 많았다.

지역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건설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넘어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2023년 시공능력평가 99위 한국건설(전남)이 4월 법원에 회생신청을 냈고 127위 남양건설(전남)은 지난 11일 기업회생절차 종결 8년 만에 법정관리를 다시 신청했다. 부산 중견 건설업체인 시공능력평가 307위 남흥건설과 344위 익수종합건설도 부도처리됐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 및 신인도를 종합평가하는 것으로 2023년 시공능력평가를 신청한 건설업체만 7만7675개사다.

지역 중견건설사들은 사업포트폴리오가 주택에 치중돼 있고 토목사업은 현실적으로 대형건설사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정도라 건설업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더욱이 건설산업이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지역건설사의 어려움이 지역 경제로 퍼질 가능성도 크다. 지자체들이 지역 건설사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여권 충남도 건설정책과장은 “건설산업은 도 지역내총생산이 5.5%로 지역경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역건설사의 대형 건설현장 참여는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역 특성을 잘 알고 있는 현지업체 참여가 대형건설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가 직접 모든 건설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며 "중소건설사들은 각 지역 특징을 잘 알고 있고 일부 분야나 과정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