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가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반면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앞서 메모리반도체 1등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등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만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과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 삼성전자가 2024년 1분기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는 흑자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8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이 2024년 1분기 당초 시장기대치보다 2배 많은 2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시스템LSI)는 약 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지난 한 해 동안에만 2조684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약 2조1천억 원으로, 메모리반도체가 큰 폭의 실적 회복을 시현하며 전사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의 실적 회복이 더뎠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2분기에도 흑자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가 2분기 시스템반도체에서 약 2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또 유진투자증권은 영업손실 규모를 5천억 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데다 성장성은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한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80%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재용 회장이 2019년 시스템반도체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등에 오르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만 17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올해 하반기 2세대 3나노 첨단미세공정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가며 흑자 전환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 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1.3%를 차지했는데, 이는 최근 6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였다. 대만 TSMC와 격차도 49.9%포인트로, 2017년 이후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이는 7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주요 고객사 물량이 줄어들었고,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으로는 아직 대형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2세대 3나노(SF3P) 공정에서는 성능과 수율(완성품 비율)이 모두 개선되는 만큼,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대만 지진과 양안 관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고, 생성형 AI용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려는 오픈AI, 메타, 구글 등의 유력한 파운드리 파트너로 손꼽히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범용인공지능(AGI) 반도체(데이터 처리 가속기)인 ‘마하1’을 데이터센터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하고, 현대차그룹으로부터 5나노급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용 AI칩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3월20일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는 지난해에 비해 가동률 향상이 이뤄지고 있고, 하반기가 되면 의미 있는 숫자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400’의 성공으로 어느 정도 자존심을 회복한 상황이다.
여기에 출시를 3~4개월 앞둔 갤럭시Z플립6에도 엑시노스2400이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가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S25는 기존보다 엑시노스 탑재 비중이 높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갤러시S 시리즈에는 퀄컴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가 지역과 모델에 따라 나뉘어 탑재된다.
게다가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반도체대전(SEDEX 2023)에서 “AI 가속기로 사용되는 GPU는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전력소비량도 많다는 단점이 있다”며 “삼성전자는 NPU 개발을 비롯해 AI의 연결성, 보안 기술을 차별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슈퍼컴퓨터 성능의 ‘온디바이스 AI’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