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게임업계가 인공지능 기술 활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더 저렴하게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미술과 음성 제작에 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젠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실제 사람 못지 않은 인공지능 동료(파티원)로 함께 하는 게임까지 등장했다.
 
"아니! 인공지능 파티원이 사람보다 낫네", 게임업계도 AI 혁신 거세다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18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업데이트를 진행해 인공지능 파티원들이 던전 공략을 도와주는 '추종자던전' 콘텐츠를 도입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홈페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18일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인공지능 NPC들과 함께 던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추종자 던전' 콘텐츠를 도입했다.

그동안 간단한 인공지능 캐릭터들이 게임 콘텐츠에 등장한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주로 싱글게임에 국한된 얘기였다. 실상은 말 벗이 되주는 애완동물 역할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기존 던전 콘텐츠는 5명의 파티원에게 방어와 치유, 원거리공격과 근거리공격 등 명확한 역할이 분담돼 있다. 적 공격패턴에 맞춰 적절한 스킬을 적시 적소에 사용할 줄 알아야 도전할 수 있는 까다로운 콘텐츠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사람도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 동료 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출시된 콘텐츠를 보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방어와 치유, 공격 역할에 맞게 행동하는 인공지능 캐릭터들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는 특히 방어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캐릭터 성능에 감탄하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는 가장 경험과 숙련도가 높은 이용자가 방어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의 실수로 파티가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인공지능 파티원이 사람보다 낫네", 게임업계도 AI 혁신 거세다

▲ 엔씨소프트가 자사의 인공지늘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 '프로젝트M' 이미지. <엔씨소프트> 

하지만 전날까지 진행된 사전 테스트와 이날 공개된 콘텐츠를 보면 이번 도입된 방어 역할 인공지능은 적 캐릭터의 공격 패틴에 맞는 움직임과 스킬 사용은 물론 생존에 유리한 지형으로 적을 유인하는 센스까지 갖춰 왠만한 초보 이용자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을 체험해본 이용자들은 '고난이도 콘텐츠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해달라'거나 '추종자의 종류를 늘려달라', '내 다른 캐릭터들이 추종자로 등장하게 해달라'는 등의 반응을 내놨다.

다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멀티플레이보다 싱글플레이가 선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난이도 던전에는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진행 속도와 보상 면에서 실제 이용자 파티 플레이보다 뒤쳐지도록 수치를 조절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메리트도 없애기로 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2004년 출시된 이후 글로벌 MMORPG 시장에서 이용자 수 기준 1위를 지키면서 이 분야의 고전이자 대표 주자로 불린다.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MMORPG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참고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동료 기술을 채용하는 게임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MMORPG 인기가 높은 국내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 캐릭터를 게임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8월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를 바탕으로 게임 제작 프로그램 '바르코휴먼'을 개발하고 있다. 바르코휴먼을 적용하면 대화 내용과 목소리,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처럼 상호작용 가능한 게임 속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꼭 인공지능 파티원이 아니라도 인공지능을 게임 제작에 활용하는 사례는 이미 심심찮게 등장했다.

넥슨의 더파이널스는 인공지능을 게임 제작에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넥슨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는 더 파이널스를 개발할 때 게임 나레이션 성우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비용과 개발기간을 단축했다.
 
"아니! 인공지능 파티원이 사람보다 낫네", 게임업계도 AI 혁신 거세다

▲ 넥슨의 스웨덴 자회사인 엠바크스튜디오가 2023년 1월 출시한 더 파이널스 이미지. <더 파이널스 스팀 페이지>

엠바크스튜디오 측은 "성우와 작업하면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은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며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발의 장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글로벌 게임 유통망 스팀에서 최고 동시접속자 수 24만 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개발전략을 따르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음성뿐 아니라 삽화, 동영상, 게임 스토리와 대사, 심지어 코딩까지 게임 개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작업을 인공지능 개발도구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업계 신화처럼 여겨진 1인 개발 게임도 전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등의 효과에 따라 게임 개발의 장벽이 크게 낮아지며, 개발 용역 가치는 줄고 지적재산(IP)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