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에 북반구 ‘눈 가뭄’, 결국 물 부족으로 돌아온다

▲ 2021년 12월 스코틀랜드의 한 스키장에 눈이 많이 쌓여있지 않은 모습. < Wikimedia Commons >

[비즈니스포스트] 북반구에 ‘눈 가뭄(Snow drought)’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초래한 눈 가뭄은 물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네이처(Nature)에 전날 발표된 ‘북반구 눈 손실에 인간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증거(Evidence of human influence on Northern Hemisphere snow loss)’ 연구에 따르면 분석 대상인 북반구 강 유역 169개 가운데 거의 절반에서 1981년 이후 적설량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적설량이 감소한 강 유역 31개에는 인간의 활동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온실가스 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적설량 감소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겨울 강수가 비로 내리거나 아예 내리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적설량은 평균과 비교해 38%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의 적설량도 평균보다 45% 낮았으며 아프가니스탄 일부 지역은 사상 최저 적설량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블룸버그는 “‘눈 가뭄’이라고 부르는 현상에 관한 인간의 기여를 공식적으로, 그리고 사실상 확실하게 풀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눈이 부족한 현상, 즉 눈 가뭄이 중요한 이유는 고산지대에 쌓인 눈이 주요한 수자원으로써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겨울에 쌓인 눈은 봄과 여름에 녹아 인간의 농업, 산업에 중요한 수원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북부에 쌓인 눈이 녹은 물을 인구가 밀집된 남부로 운반하는 주 수자원 프로젝트(State Water Project)를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운반된 물은 매년 190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기여한다.

미국 뉴욕주의 캐츠킬 산맥은 매일 뉴욕시에 공급되는 12억 갤런의 물의 원천이 되는 눈을 품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연구 결과에는 불길한 예측이 포함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눈에 물 공급을 의존하는 장소는 평균 겨울 온도가 섭씨 영하 8도를 넘어서면 조금의 온도 변화에도 훨씬 더 민감해진다.

수치로 보면 온도가 1도만 높아져도 고산지대에 쌓인 눈에 저장된 물의 양이 20%가 감소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북반구 인구의 80%는 눈이 물을 주로 공급하는 강(북미 미시시피강 및 콜로라도강, 러시아 볼가강, 헝가리 다뉴브강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들은 이미 겨울 온도가 섭씨 영하 8도를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 결과는 물에 관한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것을 예고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s)’다”고 분석했다. 티핑 포인트는 작은 변화가 쌓여 미래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도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단계, 즉 변곡점을 뜻한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지리학과 부교수는 “적설량이 100%, 80%, 70%로 꾸준히 감소하는 것을 볼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은 눈이 아예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