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1-09 13:50:5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3년 4분기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하지 못하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4년에 기술력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스마트폰’으로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술력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는 2023년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7조 원, 영업이익 2조8천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애초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매출 70조3601억 원, 영업이익 3조7441억 원과 비교하면 특히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돈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사업부별 실적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사업부는 2023년 4분기 약 2조~3조 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DS사업부는 2023년 3분기에도 3조75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삼성전자 DS사업부는 2024년 1분기에도 영업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10%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기대만큼의 실적개선을 이루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는 감산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업황 악화에 따른 가격 하락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약 35% 수준의 감산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3년 말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량을 인위로 줄이면 그만큼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까지의 감산에 따른 단위당 원가(고정비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할 때 2023년 4분기 매출 확대폭보다 이익 개선폭은 정상적 구간과 비교해 작았을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2024년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회복’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반도체 가격의 상승세가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는 만큼 2024년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기술 역량은 더욱 중요하다.
이재용 회장이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회장 취임 이후 ‘기술 초격차’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기업 ASML을 방문한 것도 첨단공정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삼성전자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2024년 HBM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생산량을 최대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HBM은 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형태의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로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AI반도체에 필수적인 D램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을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5세대 HBM3E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는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이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삼성전자는 5세대 제품을 기점으로 시장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HBM 생산량도 2023년 하반기에는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 부사장은 8일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AI 플랫폼의 성장으로 고객 맞춤형(용량, 성능, 특화 기능 등) HBM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6세대 HBM4부터는 버퍼 다이에 선단 로직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HBM 기술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 등장한 '삼성 갤럭시 언팩 2024' 광고. <삼성전자>
1월17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4’를 통해 공개되는 갤럭시S24도 삼성전자 기술력의 집약체가 될 것이란 기대를 보으고 있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세계 최초의 AI 스마트폰으로 기기 안에 ‘생성형 AI’가 내장된다.
삼성전자가 2023년에 공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삼성 가우스’가 스마트폰에 탑재돼 실시간 통화통역, 메일작성, 문서요약, 배경화면 제작과 같은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AI 기술을 결합해 카메라 줌 기능이 대대적으로 강화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4' 초대장에 ‘갤럭시 AI가 온다(Galaxy AI is coming)’라는 문구를 적는 등 스마트폰 최초로 생성형 AI가 내장됐다는 점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AI는 최근 정체돼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수요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2024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3년보다 4% 증가할 것”이라며 “선진국 시장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수요를 자극하는 데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