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민주당 내부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만나 최근 불거진 민주당 갈등 상황을 논의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이재명 대표와도 만날 예정이다.
 
이낙연 이재명 잇달아 만나는 정세균, 경륜과 존재감으로 민주당 통합 이룰까

정세균 전 국무총리(사진 왼쪽)가 12월24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거룩한 기다림'의 밤 행사에 참석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총리는 민주당에서 계파색이 옅고 ‘안정’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의 통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 전 총리가 민주당 갈등을 봉합하는데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공개로 조찬회동을 가졌다.

이 전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입장문에서 “국가와 민주당 안팎의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공유했다"며 현 국정 운영과 민주당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상황이 조성된다면 김부겸 전 총리를 포함한 '3총리'(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이낙연) 회동을 추진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한 정 전 총리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는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최근 행보를 빨리 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분열을 막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전 총리는 앞서 24일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나 최근 민주당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 커지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헌정 사상 국회의장 출신 첫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 통합지향적 온건 성향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쌍용그룹 임원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정치에 입문했다. 고향인 전북 진안무주장수 지역구에서 4선을 한뒤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6선 원로 정치인인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20대 총선에선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하며 6선 고지에 올라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다.

현재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2005년과 2007년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민주당 내홍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위치로 여겨진다.

정 전 총리는 오는 28일 이재명 대표와 만남이 예정돼 있는 만큼 향후 내놓을 메시지가 민주당 내부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정 전 총리가 이 대표를 비롯한 현재 지도부 및 친명계(친이재명) 의원들에 비판적 견해를 낸다면 ‘통합’을 이뤄야할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이날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서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세 명의 전직 총리가 힘을 합치게 되면 민주당 정통성 부분의 큰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며 “신당 창당과 관련해 정세균, 김부겸 총리는 이 전 총리와 생각이 다르지만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운영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의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신당 창당을 반대하는 두 전직 총리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고 또 신당 창당을 막아주는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이재명 잇달아 만나는 정세균, 경륜과 존재감으로 민주당 통합 이룰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인연도 있고 비명(비이재명)계나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접점이 많다.

이 대표로서는 정 전 총리와 소통을 통해 이 전 대표와 견해차를 줄여나가길 기대할 수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신의 '종로' 지역구를 넘겨주며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이 전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자 정 전 총리는 자신의 종로 지역 조직을 인수인계하며 지원했다. 이 전 대표도 정 전 총리의 사무실을 자신의 종로 지역 사무실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문재인 정부 내각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정책포럼 '사의재'에도 이낙연 전 대표 등과 함께 고문으로 위촉돼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정 전 총리가 적극적 '가교' 역할을 맡더라도 ‘명낙(이재명-이낙연)갈등’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22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사법문제가 없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선 후퇴를 여러 번 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 직에서 물러나고 통합 비대위 체제를 꾸리자는 자신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친명계는 총선을 ‘이재명 체제’로 치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 전 총리와 만난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 사퇴를 계속 요구한다면 대화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민주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2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전 대표의) 선 사퇴 후 통합 비대위원회를 가자는 걸 12월 말까지 결정하라고 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며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재명 대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을 가지고 만나는 지혜를 발휘하기에도 너무 시한부 통첩을 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에게 공동 선대위원장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봉합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통합 비대위’ 요구에 대응해 ‘통합 선대위’를 꾸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는) 본인이 당 대표를 유지하는 선에서의 어떤 통합이나 혹은 당내 안배, 이런 것들을 고려할 것"이라며 "2선 후퇴나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은 전혀 선택지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