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가 전통관료 출신 주택정책 전문가를 새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선택한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규제의 대폭 완화를 예고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시장친화적 정책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발맞춰 주택공급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예고한 정부, 박상우 국토부 주택정책 변화에 시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국토부 주택정책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22일 정관계 안팎에 따르면 정부는 새해 재건축·재개발 등 건설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준공 30년이 넘은 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하고 주택 재개발에 주민동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중랑구 모아타운 현장 주민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재건축·재개발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할 것 같다”며 도심 주택공급 관련 규제완화 태도를 보였다.

박 후보자는 차기 국토부 장관에 지명된 뒤 부동산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대로 재건축·재개발을 신속히 추진해 도심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5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부동산시장이 제가 판단하기에는 굉장히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규제완화 입장을 갖고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공급 부족현상에 관한 시장의 우려가 큰 만큼 도심에서 다양한 형태 주택들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재건축·재개발사업 가운데 지체되고 있는 것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전통적 방법과 더불어 공급형태를 다양화하겠다”며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짚어 언급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주택공급계획 차질에 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빠른 시간에 주택공급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 규제를 우선 완화하고 특히 도심 주택공급이 많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임기 5년 동안 공공주택 102만 가구, 민간주택 168만 가구 등 모두 주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경기침체 등 상황이 겹치면서 올해 주택 인허가와 착공실적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국토부 10월 주택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는 27만391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2만8318가구)보다 36% 줄었다. 착공 실적은 14만1595가구로 57.2% 급감했다.

공공주택 공급은 더 저조했다. 

올해 공공부문 주택 인허가 실적은 10월 누계 기준 9606가구로 집계됐다. 2022년 같은 기간(1만9536가구)과 비교해 50.8% 줄었다. 민간부문 인허가는 26만4312가구로 지난해(40만8962가구)보다 35.3% 감소했다.

박상우 후보자가 취임하면 10년 만에 나온 국토부 관료 출신 장관이 된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주택정책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주택공급 등 굵직한 부동산정책 성과를 가시화하고 시장안정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예고한 정부, 박상우 국토부 주택정책 변화에 시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2월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 첫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 장관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척결, 제2중동붐 등 해외건설 수주지원 등 분야에서 정치인 특유의 추진력을 보였다. 다만 주택공급 등 주택정책 실무 성과는 아쉽다는 평가도 듣는다.

박 후보자는 유상열 건설교통부 초대 차관,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으로 이어지는 국토부 내 '주택라인'으로 꼽힌다. 국토부에서 주택정책과장, 국토정책국장,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 후보자는 특히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던 시절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을 맡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실무를 이끌었다.

주택토지실장은 국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박 후보자가 주택토지실장으로 재직한 2010년 초반대는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주택공급 침체, 거래절벽과 전세난 등 건설부동산시장 상황이 지금과 닮은 꼴이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용적률 인센티브 전국 확대와 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 완화 등 재건축 규제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주택취득세 감면 등 시장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국토부 내부 다른 부처와 정치권 등의 반대에도 적극적으로 규제완화 정책에 힘을 실었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재건축사업 규제완화 정책은 공공성을 앞세운 서울시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주택정책실장과 비공식 자리를 포함한 의견조율 끝에 공조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올라 공공임대주택사업, 부채감축 등에 성과를 내면서 정무적 감각을 인정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토지주택공사 사장직을 지키면서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스마트시티, 도시재생뉴딜 등 국정과제에 힘을 보탰다.

박 후보자는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동래고등학교,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박 후보자는 국토부에서 건설정책관, 국토정책국장,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2014년 국토부에서 물러난 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건설주택포럼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올라 정권교체에도 임기 3년을 채웠다.

박 후보자는 2023년 12월4일 윤석열 정부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고 20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청문회 다음날인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