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가격 열세에도 신한울3·4호기 수주, 윤영준 이제 해외 원전 바라본다

▲ 현대건설이 신한울3·4호기를 수주하면서 해외 원전을 공략할 기반을 마련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원전사업 부활을 알리는 신한울3·4호기 주설비공사를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신사업의 일환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외에서 발주가 나올 대형 원전사업 수주에도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원자력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포스코이앤씨)과 12월 중순 신한울3·4호기 주설비공사 본계약을 체결한다. 

2015년 6월 발주된 새울3·4호기(총 사업비 9조8천억 원, 삼성물산·두산에너빌리티·한화 건설부문)에 이어 7년 만에 나온 일감을 현대건설이 확보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 3위 건설사들과 치열한 3파전을 벌인 끝에 이 사업을 가져왔다.

윤영준 사장은 원전 기술력 자존심 전장이 된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를 따내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부터 공을 들였다. 

현대건설은 지분 55%를 쥐고 두산에너빌리티(35%), 포스코이앤씨(10%)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지난 5월 신한울3·4호기 주기기 제작을 맡았고 포스코이앤씨도 지난해 6월 원자력사업추진반을 신설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현대건설로서는 원전 시공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라 이번 수주 결과가 더욱 값지다. 현대건설은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졌음에도 다른 부분에서 만회해 최종 낙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가격 열세에도 신한울3·4호기 수주, 윤영준 이제 해외 원전 바라본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원전 수주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3·4호기 주설비공사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종합심사낙찰제로 발주됐다. 과도한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종합심사낙찰제는 예정가격 이하로 입찰한 입찰자 가운데 입찰가격, 공사수행능력 및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 심사해 합산점수가 가장 높은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수원은 공정한 입찰을 위해 입찰공고 시점부터 입찰 예상업체와 한수원 임직원 사이 접촉을 일체 금지했다. 또 시공계획서를 익명으로 작성하게 하는 등 투명한 입찰과정 진행을 위해 집중했다. 

이번 입찰 평가항목은 가격평가 20%, 시공능력 40%, 제안서 40%로 구성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경쟁 컨소시엄보다 가격을 높게 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한국형 원전 34개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22호기를 시공하는 등 경쟁사보다 높은 원전사업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는 경북 울진군에 원전3·4호기를 추가로 짓는 것으로 1400MW급 APR1400 신형가압경수로 2기를 짓는 사업이다. 건설기간은 2024년 4월부터 2033년 10월까지 약 115개월 동안 진행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낙찰 예정금액은 3조1196억 원으로 지분에 따른 현대건설 수주금액은 1조7158억 원으로 추정된다. 최종 수주금액은 본계약 체결 때 확정된다.

APR1400은 2002년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다. 한국형 표준원자로 OPR-1000을 개량하여 개발됐고 2007년 착공한 신고리3·4호기에 처음 적용됐다. 신한울1·2호기 국내 원전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1~4호기)에 한국 최초 원전 수출 때 적용됐다. 

현대건설은 OPR-1000뿐 아니라 APR1400 시공경험을 지니고 있다. 신고리3·4호기 주설비 공사를 맡았고 2009년 바라카 원전도 수주도 해냈다. 

윤 사장은 이번 신한울3·4호기 주설비공사 수주를 토대로 해외 원전사업 수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이사 연임에도 성공한 만큼 2024년부터 원전, 해상풍력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특히 협업관계를 맺고 있는 홀텍과 함께 대형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사업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홀텍은 1986년 설립한 회사로 원전 설계·재료·제조 등 핵심 분야에서 1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원자력 전문기업이다. 19개 자회사를 가지고 5개 대륙에 진출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원전해체 사업 미국 점유율 1위 등 원전사업 전반에 걸쳐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건설 가격 열세에도 신한울3·4호기 수주, 윤영준 이제 해외 원전 바라본다

▲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현대건설은 2021년 11월 홀텍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및 사업추진 △원전해체사업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홀텍과 2026년 미국 본토에서 소형모듈원전 건설을 시작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이 현실화한다면 현대건설이 세계 최초의 소형모듈원전 시공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상용화를 진행 중인 SMR-160 모델로 미국·유럽을 포함한 15개국 이상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홀텍으로부터 원전 해체기술을 전수받아 국내 원전 해체시장도 선점하려 한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국내 고리 1호기(2024년), 월성1호기(2026년) 해체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2022년 5월 글로벌 공동참여 전략적 협약을 맺어 폴란드 대형원전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 참여도 기대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부주도 사업으로 원가변동성이 낮고 기술력을 앞세운 수주로 양호한 수익성이 기대된다”며 “원전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 원전해체에 이르는 원자력 종합 가치사슬 구축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