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택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꺾이기 시작했다. 2024년에 아파트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떠오른다.

서울의 부동산 매물이 늘고 분양전망지수는 5개월 만에 100선을 내려왔다. 경매물건을 쌓이는 데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더욱이 건설사가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가 2024년 상반기에 쏠려 있어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에 부담도 높아질 것이란 시선이 고개를 든다. 
 
부동산 관련 지표 '한파' 쪽으로 이동, 주택 가격 하락 전망 서서히 고개 들어

▲ 주택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꺾이기 시작하며 2024년에 아파트값이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지역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12일 부동산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내년 상반기에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11월 첫째 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5% 올라 상승폭이 0.02%포인트 축소됐다. 25주 연속 가격이 오름세지만 대출금리 상승과 매수·매도인 사이 희망가격 격차가 커 상승폭이 축소된 것이다. 

이어 10일 공표된 서울 아파트매수심리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87.6으로 전주(88.3)보다 0.7포인트 하락했고 서울 5개 모든 권역에서 매수심리가 떨어졌다. 

민간 부동산시장 조사업체의 결과를 봐도 다르지 않다. KB부동산 자료의 서울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서울 26.6을 보여 8월 셋째 주 47.1을 기록한 뒤 꾸준히 내려오고 있는 추세다. 

매수우위지수의 범위는 0~200으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주택시장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건수는 지난 5일 기준으로 8만452건을 기록해 한 달 만에 14.1%가 늘며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서울 송파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집주인들이 지금 아파트를 빠르게 처분해야 할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으로 넓혀 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경기는 14만5693건, 인천은 3만3376건으로 각각 한 달 전 수치인 12만 3602건, 2만8941건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집주인은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사길 머뭇거리고 있어 매수·매도 희망가격의 차이가 큰 것으로 읽힌다. 

분양시장 전망도 마찬가지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발표한 11월 분양전망지수는 92.5를 기록해 전월(100)보다 7.5포인트 내려오며 100선이 무너졌다.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100 아래로 내려가면 주택사업자들 사이에서 분양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보다 부정적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도 서울 청약은 완판이라던 말도 옛말이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일 당첨 가점을 공개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 아이파크 자이’의 최저 당첨가점 32점으로 나타났다. 1순위 마감에 실패한 셈이다. 

4천 세대가 넘는 서울 대단지에서 청약 점수 30점 초반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청약 당첨되고 고민하겠다는 ‘선당후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동산 관련 지표 '한파' 쪽으로 이동, 주택 가격 하락 전망 서서히 고개 들어

▲ 사진은 서울 4300세대 규모 역세권 대단지로 주목받은 이문 아이파크 자이 투시도. < HDC현대산업개발 >


이런 와중에 건설사들은 연말 대규모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에 전국에서 52개 단지, 4만4천 세대 분양이 쏟아진다. 이는 올해 월별기준으로 가장 많은 물량으로 파악된다. 

올해 상반기에 건설사들이 부동산시장을 지켜보려 분양시기를 늦췄지만 금융비용이 늘고 있고 프로젝트파이내싱(PF) 리파이낸싱이 쉽지 않자 올해 안에 분양을 마치려 하는 것으로 읽힌다. 

착공이 시작되거나 분양성과가 우수하면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만큼 시장상황이 불확실하지만 분양에 나서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신용등급이 있는 건설사 합산기준으로 2024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 비중은 17조3천억 원으로 전체의 63%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0%가 미착공 등의 이유로 주의 프로젝트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영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분양 또는 분양연기에 따라 분양대금 유입이 없다면 건설사 흐름에 큰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급격하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으로 수요자들이 구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특히 분양불 조건으로 진행되는 사업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불은 본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공사비 일부만 조달하고 건설사가 분양수익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토지비와 공사비를 대부분 조달하고 공사 진행률에 따라 공사비를 받는 방식인 기성불과 비교해 건설사 입장에서 안정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내년 부동산시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분양 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분양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분양물량을 소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매시장 분위기는 살얼음을 걷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10월 경매동향 보고서를 보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38건으로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5개월 만에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시장상황과 지표가 나빠지는 사례가 많이 집계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아진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김성환 한국건설산업 부연구위원은 “2024년에는 정책 대출을 포함해 대출시장이 더욱 경직될 것으로 전망되고 고금리 장리화로 주택시장이 다시 하락반전 할 것이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