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성길 고속열차 하면 KTX 또는 SRT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다른 특징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이 있다. 사진은 KTX-1. <현대로템>
단연 열차명 따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원하는 시간에 폭풍 클릭을 통해 예약만 된다면 반가울 따름이다.
하지만 잠시 숨을 돌리고 예매한 승차권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귀성길 고속열차 하면 KTX 또는 SRT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 중에도 다른 특징을 가진 여러 종류의 차량들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23일 미리 알아두면 고속열차로 이동하는 시간을 한층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차량별 특징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 KTX-1 명당은 '5호차', 충전 필요하다면 좌석 잘 살펴야
2004년 4월1일 오전 5시5분. 한국 최초의 고속열차 KTX(Korea Train eXpress)가 부산역을 출발하며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열렸다.
KTX는 KTX-1으로 불리는데 현재 46편성이 운행되고 있다. 1호기부터 13호기까지는 프랑스 알스톰이 프랑스에서 만들었지만 13호기부터는 기술이전을 받아 현대로템이 제작했다. 현재 현대로템은 국내 유일의 고속열차 생산업체다.
KTX-1은 1편성당 20량으로 구성됐는데 양 끝의 2량은 동력칸이고 그 사이 1~18호차가 객실, 그 가운데 2~4호차가 특실이다. 운임은 서울-부산 기준 일반실은 5만9800원, 특실은 그보다 40% 비싼 8만3700원이다.
KTX-1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일반실 좌석이 절반은 순방향 나머지는 역방향인 고정식으로 배치됐다는 점이다.
이런 좌석배치는 KTX-1이 역방향 좌석이 있던 TGV레조의 성능 및 기본사양을 기술이전에 따라 그대로 가져온 데서 유래한 것으로 파악된다. 열차 좌석을 절반으로 나눠 반대 방향으로 고정해 놓으면 열차 운행사로서는 좌석을 더 많이 설치할 수 있는 데다 상·하행선 운행 전환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열차는 앞뒤 양 끝에 기관실이 있어 하행선 운행을 마친 열차는 후미를 선두삼아 상행선 운행을 하게 되는데 회전식 좌석은 이 때 모든 좌석을 반대로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산천과 같이 회전식 좌석을 갖춘 열차는 종착역 도착 뒤 객실을 정리하는 직원이 모든 좌석 방향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역방향이 없는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편안한 여행을 즐기는 데는 철도 운행사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국내에선 고객들의 역방향 좌석에 관한 선호도가 낮아 한 때 해당 좌석을 할인해주기도 했지만 이는 2015년에 모두 폐지됐다. 역방향 좌석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예매할 때 잘 살펴봐야 한다.
KTX-1의 일반 좌석 앞뒤 간격은 930mm로 고속철도 가운데 가장 좁다. 창문과 좌석 배열이 맞지 않는 좌석이 여럿 있다.
창문과 창문 사이에 있는 좌석은 창밖 풍경을 보려면 불편하지만 이동 중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충전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선점해야 할 자리다. 전자기기가 흔치 않던 시절 도입된 KTX-1은 애초 콘센트가 없었지만 2016년부터 창문과 창문 사이 벽에 USB 포트 2구와 콘센트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1 일반실에서 콘센트가 배치된 좌석은 1열, 3열, 5열, 10열, 12열, 14열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KTX-1에서 일반실 가운데도 먼저 노려야 할 곳은 따로 있다.
5호차는 원래 특실이었지만 일반실로 개조돼 좌석 간격이 960mm로 다른 일반실보다 넓고 역방향 좌석 없이 모두 회전식 좌석이 배치됐다. 특히 5호차 1A석은 1인석으로 구성돼 최고 명당으로 꼽힌다.
5호차에는 객실 중앙에 역방향과 순방향 좌석이 만나는 4인 동반석이 없어 콘센트가 있는 좌석도 1열, 3열, 5열, 7열, 9열, 11열, 13열, 14열로 다른 일반석 보다 더 많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가장 편안한 좌석은 특실이다. 앞 뒤 좌석 공간은 1120mm, 좌석 폭은 490mm(일반실 450mm)로 일반실과 비교해 훨씬 큰 공간을 제공한다. 특실은 1개 열에 1인석과 2인석 등 3개의 좌석으로 구성됐다.
콘센트 위치는 2열, 4열, 6열, 8열, 10열, 12열로 모두 짝수 열이다. 생수와 견과류 등 간단한 간식도 무료로 준다.
▲ KTX-산천. <현대로템>
KTX-산천은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고속열차다. 2010년 3월2일 경부선과 호남선에서 개통했다. 애초 명칭은 KTX-II였으나 개통 직전 코레일 명칭 공모를 통해 현재 이름을 갖게 됐다. 한국 토종물고기 '산천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운임은 KTX-1과 동일하다.
KTX-1과 달리 10량으로 편성됐다. 8량이 객실이고 특실은 3호차다. 이에 열차 2편성을 연결한 복합열차로 운행하는 때가 많은데 경부선은 동대구역에서, 호남선은 익산역에서 열차를 분리해 다른 목적지로 향하기 때문에 탑승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KTX-산천은 기술을 국산화했을 뿐 아니라 기존 KTX-1보다 객실 편의성도 크게 높였다.
모든 객실에 역방향 없이 회전식 좌석을 도입했고 객실 앞 뒤 간격이 960mm로 30mm가 넓어졌다. 또 모든 좌석의 앞쪽 중앙 하단에 콘센트 1구와 USB포트 2구가 설치됐다.
특실 구성은 좌석마다 콘센트가 설치된 것을 제외하면 KTX-1과 거의 같다.
2017년부터는 KTX-산천 B타입이 추가로 운행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기존 KTX-산천은 A타입으로 구분하고 있다.
KTX-산천 B타입은 A타입과 대동소이하지만 콘센트가 앉은 좌석 아래 중앙에도 추가돼 충전할 때 옆사람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A타입에 있던 USB포트는 없어졌다.
A타입과 B타입을 구분하려면 코레일 앱에 접속해 좌석선택창에서 4호차 또는 14호차에 4인 또는 유아 동반석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해당 동반석이 있다면 A타입 열차다.
2016년 12월9일 개통한 국내 3번째 고속열차 SRT는 2013년 코레일에서 자회사 형태로 분리한 SR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SRT 열차는 사실상 KTX-산천이라 봐도 무방하다.
▲ SRT. <에스알>
KTX-산천과 같이 1편성당 10량으로 구성돼 객실은 모두 8량, 특실은 3호차다. 가격은 KTX보다 10~15%가량 저렴하다. 게다가 전체 편성 수도 KTX보다 적어 SRT는 KTX보다 좌석이 훨씬 빠르게 매진되는 경향이 있다.
SRT 좌석공간은 특실과 일반실 모두 KTX-산천 B타입과 동일하다.
다만 다른 일반실(14열)과 달리 6호차(복합열차는 16호차)는 12열로 구성돼 있어 앞 뒤 좌석 간격이 넓다. 반면 마지막 칸인 8호차(18호차)는 좌석이 15열까지 있어 공간이 좁다.
SRT 열차의 3~4호차와 4~5호차 사이는 다른 객차 사이보다 공간이 더 넓어 입석을 예매한 때 머무르기에 좋다.
▲ KTX-이음. <현대로템>
KTX-이음은 2021년 1월5일 영업운행을 시작한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다. 최고속도는 260km/h로 기존 KTX 및 SRT(300km/h)보다 느리지만 동력집중식 고속열차보다 가속 및 감속 기능이 뛰어나고 수송효율이 높다.
KTX-이음은 1편성당 6량으로 구성됐지만 운전실객차를 제외한 나머지 4량에 동력이 분산배치 돼 있다. KTX-이음은 6량에 배치된 좌석 수는 381석으로 KTX-산천 10량의 363석보다 더 많다. 일반실(2~6호차) 좌석 공간은 KTX-산천과 비슷하다.
KTX-이음은 기존 고속열차와 달리 좌석 열마다 개별 창문을 갖췄다. 또 최신 고속열차 답게 좌석 앞 뒤 하단에 콘서트는 물론 좌석 앞 중앙에 고속충전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와 USB포트까지 탑재했다.
KTX-이음의 1호차에는 특실이 아닌 우등실이 있다. 우등실은 일반실보단 좌석 공간이 넓지만 기존 고속열차 특실과 달리 1열이 4석으로 구성돼 1인석이 없고 좌석 폭이 특실보다 좁다. 다만 특실은 일반실보다 40% 비싸지만 KTX-이음의 우등실은 일반실 가격에 20%를 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다.
KTX-이음은 현재 중앙선, 강릉선, 영동선, 중부내륙선에서만 운행하고 있다. 다만 곧 성능을 개선한 새로운 KTX-이음이 경부선과 호남선 등에서도 운행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9월 최고속도 320km/h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EMU-320 초도편성을 출고했는데 현재 시운전을 진행하며 내년 영업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철도업계에서는 EMU-320이 KTX-이음(EMU-260)과 같은 동력분산식 열차인데다 디자인도 거의 같아 KTX-이음 이름으로 운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