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 '운명' 한 달 앞으로, 조원태 합병 불씨 이어갈까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의 운명을 가를 유럽연합의 기업결합 심사결과가 10월 초 발표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운명을 가를 유럽당국 기업결합 심사 발표가 약 한 달 뒤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수 무산을 점치는 시선이 늘고 있고 승인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으로서는 하루 빨리 불확실성을 잠재워야 할 필요성이 크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10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안개 속에 빠졌던 인수합병의 불씨가 살아날지 그대로 꺼질지 결론이 나는 것이다.

두 항공사 합병은 총 14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11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뒤 EU(유럽연합)와 미국, 그리고 일본 세 곳만 남겨 놓은 상태다. EU와 미국, 일본 중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합병은 이뤄질 수 없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올해 6월 여성신문과 인터뷰에서 "두 항공사 간의 합병이 올해 가을 쯤에는 결론이 날 것이다"고 바라본 만큼 약 3년을 끌었던 인수합병건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유럽연합의 승인을 받는다면 불확실성이 커졌던 인수합병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최악의 전개는 유럽연합의 인수합병이 불허되면서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인수합병이 무산되면 대한항공에서 그동안 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이상의 후폭풍이 불 수 있다. 인수합병의 배경 및 거래구조, 해외항공사에 슬롯 양도, 화물사업 부문 쪼개기,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지연 등을 두고 이미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의 인수무산을 가정한 차기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한화그룹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대한항공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화그룹은 방산, 호텔, 백화점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항공사업과 연계성이 있으며 과거 항공산업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는 등 인수 후보로서 매력적인 카드로 비칠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했다”며 “한화오션의 경영을 정상화 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은행도 제3자 매각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8일 배포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제3자 매각설을 완전히 잠재우려면 인수합병을 보기 좋은 모양새로 성사시킬 균형 지점을 찾아내야하는 데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노선의 슬롯(특정시간대에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양도하고 화물사업 부문을 쪼개 각 사업의 시장점유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결합 승인만을 바라보고 슬롯과 화물사업 부문을 내려놓는 것은 양대 항공사의 통합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통합 효과가 줄어든다면 국내 항공산업 구조의 재편을 원했던 산업은행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

조원태 회장과 산업은행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한항공은 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 알짜 노선의 ‘슬롯’을 양도하는 등 통합 항공사의 독과점을 빌미삼은 해외 경쟁당국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영국과 중국에서 슬롯을 대거 양도한 것을 보고 유럽연합과 미국이 더 많은 슬롯을 내놓으라는 심산으로 기업결합 심사를 질질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2020년 11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조 회장의 지배력을 굳힐 수 있는 우호세력으로 남아있다. 이에 반대급부로 대한항공이 부채만 12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도맡았다는 추측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 '운명' 한 달 앞으로, 조원태 합병 불씨 이어갈까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무산 분위기도 나오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과 산업은행이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회장은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해 인수합병 승인을 얻어내고 국내에서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균형지점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인수합병 거래구조에서 한진그룹이 자체자금을 크게 들이지 않게 되는 점도 일각에서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의 인수합병 결의 이후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8천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마중물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은 2021년 3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선행작업으로 3조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한진칼은 해당 유상증자에 8637억 원 규모로 참여했는데 결국 외부에서 수혈받은 자금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해당 유상증자로 취득한 자금 가운데 3천억 원은 영구채를 인수하는 데 썼고 1조5천억 원은 아시아나항공 신주취득에 사용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취득 이후 경영정상화에 드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대한항공의 실질적 부담이 커질 여지는 있다. 

합병 무산이라는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시점만 늦어졌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2019년부터 진행됐지만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채용 등이 멈춘 것은 물론 악화된 재무구조로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이자비용으로 고스란히 지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차입금과 회사채의 이자비용으로 929억 원을 지불하면서 영업이익으로 2014억 원을 거두고도 순손실 601억 원을 내는 등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현금을 활용해 지난달 23일 7천억 원의 차입금을 상환했다. 이에 따라 이자부담이 경감되고 부채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