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제네시스 G80 전기차 1년치 재고 쌓였다, 정부 지원 실효성 낮아

▲ 제네시스 전기차 세단 G80 모델이 미국에서 1년치 재고가 쌓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현실성 없는 예산 규모로 소수 자동차 기업에만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현대 제네시스 G80 전기차 모델. <제네시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전기차 세단 'G80' 미국 내 재고가 1년치 판매량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쌓여 있다는 시장 조사업체의 집계가 나왔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기차의 높은 생산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중저가 차량에만 지원금 혜택을 제공해 고가 차량의 재고 증가를 이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친환경에너지 전문지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현대차의 제네시스 전기차 G80 미국 재고 수량은 현재 1년치 판매량에 육박하는 210대로 집계됐다. 

클린테크니카는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가 6월29일 기준으로 미국 전 지역 자동차 재고량을 집계해 내놓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G80 전기차는 재고량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최근 판매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테크니카는 6월 한 달 동안 팔린 G80 차량이 모두 18대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제네시스 뿐만 아니라 전기차 업계 전반에서 재고차량이 늘어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콕스오토모티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미국 전기차 재고는 모두 9만2천여 대로 2022년 2분기와 비교해 342%의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약 92일치 판매량에 해당한다.

올해 2분기 기준 내연기관 차량의 재고는 약 54일치 판매량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전기차의 재고 증가 추세가 훨씬 뚜렷하다.
  
클린테크니카는 미국 정부에서 시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가격 상한선을 두고 중저가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가 모델을 중심으로 재고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의 현실적인 제조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 다수의 기업들이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 하는 상태에 놓이면서 미국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우디 Q4 e-트론과 Q8 e-트론, GMC의 허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전기차 모델도 높은 가격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해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주력 차종인 '모델3' 등에 7500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모두 받을 수 있는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클린테크니카는 현실성이 부족한 법안으로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는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되는 차량만 보조금 대상에 포함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부 조건도 일부 자동차 제조사만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