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가 단단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북미 지역 배터리 증설을 본격화한다.

물론 증설 속도에서는 다소 더딘 감이 있지만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수익성 위주 질적성장’ 전략에 따라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2,3년 안에 국내 경쟁사의 생산능력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 배터리 증설 더뎌도 멀리 본다, 최윤호 내실 다지며 시장에 대응

▲ 삼성SDI가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앞세운 '수익성 위주 질적성장' 전략에 따른 안정적 영업흑자 기반 위에서 북미 증설을 본격화한다.


9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삼성SDI는 단기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실적 성장세가 완만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내실을 갖추며 배터리시장 성장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현재로선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과 비교해 핵심 시장인 북미에서 증설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미시간주에 연산 20GWh 규모 단독 공장, GM과 연산 45GWh의 합작공장도 운영하며 연간 65GWh 생산능력을 갖춰 뒀다. 올해 안에 GM과 합작공장을 추가 가동하며 연간 50GWh의 생산능력이 더 보태진다. 

여기에 2024년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 합작공장(연산 45GWh), 2025년 애리조나 단독공장(연산 43GWh), 오하이오의 혼다와 합작공장(연산 40GWh), 미시간의 GM과 합작공장(연산 50GWh) 등을 가동한다는 계획이 실현되면 2025년까지 북미에서 연산 300GWh 가량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온도 이미 조지아의 단독공장을 통해 연산 20GWh가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공개된 추가 증설 계획을 반영하면 2025년 160GWh 가량의 생산능력이 더해져 생산능력 약 183GWh가 된다.

반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해당 공장은 2025년에야 본격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작공장 설립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2025년 해당 공장의 초기 생산능력은 23GWh로 전망되며 2026년에는 GM과 합작공장까지 포함해 53GWh까지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북미 생산능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뒤질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북미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에게 주어지는 세제혜택도 올해부터 받기 시작한 두 경쟁사와 달리 2025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다만 배터리시장이 10년 이상의 장기적 성장 흐름을 타는 만큼 당장의 생산능력 차이가 시장 주도권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SDI는 이익체력이 단단한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배터리시장에서 얼마든지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지 시장 규모(배터리 팩 기준)는 올해 1210억 달러(약 160조 원)에서 2030년 4010억 달러(약 531조 원), 2035년 6160억 달러(약 815조 원)로 향후 십 수 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당분간 동종 업계 경쟁사들보다 성장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겠지만 2025년부터는 경쟁사들을 점차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배터리 조달처를 구하지 못한 전기차 고객사들과 협력을 확대할 여력이 크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삼성SDI는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배터리 업체로 앞으로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서 2026년 이후 매출 성장률은 가장 높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다소 더디지만 단단하게 다지며 가려는 삼성SDI의 증설 전략은 최윤호 사장의 ‘수익성 위주 질적성장’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 배터리 증설 더뎌도 멀리 본다, 최윤호 내실 다지며 시장에 대응

▲ 최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세계 최고 배터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방침으로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꼽았다. 삼성SDI의 이런 전략은 높은 수익성으로 효과를 일부 입증하고 있다. 

최 사장은 2022년 삼성SDI 사령탑을 맡은 뒤 수익성을 우선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 사장은 2022년 7월 삼성SDI 52년 창립기념식에서 “글로벌 톱티어(Top Tier)가 되려면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성장’ 등 3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SDI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도 최 사장은 “2030년 글로벌 톱티어 회사가 되기 위해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자”며 세계 최고 배터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방침으로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재차 강조했다.

빠른 양적 팽창보다 내실을 갖춰 나가는 방식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이런 전략은 높은 수익성으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삼성SDI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0%로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4.7%를 앞선다. 매출에선 LG에너지솔루션에 소폭 뒤졌지만 월등한 이익체력을 보였다.

삼성SDI의 실적 호조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에도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3548억 원, 영업이익 3754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32.2% 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16.5% 늘어났다. 

SK온이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447억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삼성SDI가 착실한 흑자기조를 다져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증설에서 여러 불확실성 요인들을 고려하면 공격적 증설 기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6월 내 추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IRA 추가 세부지침도 배터리 제조사로서는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번에 배터리 원료 공급망에서 배제할 외국우려단체에 관한 지침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내용에 따라 배터리 회사들의 사업전략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물론 미국정부가 배터리 원료와 소재 공급망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중국 기업들을 바로 외국우려단체로 지정해 선제적으로 증설에 나선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당장 곤경에 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진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해도 대규모 북미 증설에 나서야 하는 배터리업체로서는 사업 향방을 좌우할 불확실성에 놓이게 되는 상황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SDI로서는 앞서 증설을 추진한 경쟁사들의 상황을 지켜본 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증설 전략을 수립해 나갈 수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SDI도 미국 스탤란티스와 합작하고 있고 GM과도 2025년을 목표로 양산을 준비하며 IRA에 대응을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IRA 관련 추가 세부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은 상황인데 상황이 구체화되면 삼성SDI도 거기에 맞춰 본격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