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해양방산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길목에서 전통 방산강자 한화그룹을 등에 업은 한화오션을 호적수로 마주치게 됐다. 사진은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부터 다섯번째)과 존 하위(John Howie, 왼쪽부터 세번째) 밥콕 최고기업업무 책임자 등이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2023)에서 기술협력합의서(TCA)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해양방산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길목에서 전통 방산강자 한화그룹을 등에 업은 한화오션을 호적수로 만나게 됐다.
해양방산사업은 최첨단 선박기술의 집약체로서 상징성뿐 아니라 실질적 영업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한 부회장은 수주전에 역량을 집중하며 해양방산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두 조선사로서 위상을 재확인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7~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2023)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 앞으로 진행될 수주전의 전초전의 양상이 펼쳐진 셈이다.
현재 임박한 발주건 가운데 우리 해군이 도입하려는 울산급 배치(Batch)-III 호위함,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프로젝트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주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전시회는 이런 수주 경쟁에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잠재적 발주처들에 기술력을 홍보하는 한편 방산 분야 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다지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2척은 이달 말 입찰을 앞두고 있다.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은 해군이 노후화된 기존 호위함과 초계함을 최신화 전력으로 대체하는 취지에서 건조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3500톤급으로 모두 6척을 만든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1번함을 건조한 이력이 있다. 2~4번함은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가 만들었고 5~6번함이 발주될 예정이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상함 분야에서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만큼 5~6번함의 수주전이 두 회사 사이 2파전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척을 수주한 이력이 있는 삼강엠앤티는 수주 당시 낮은 가격을 앞세워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이 기술평가 점수 기준을 대폭 상향하며 이번 5~6번함은 기술력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이 이미 1번함 건조 경험을 지닌 만큼 5~6번함 수주에서도 경험 요소가 가점으로 반영될 여지는 있다. 다만 한화오션의 도전 의지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화오션은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4종의 수상함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이다. 한화오션이 전시회에서 선보인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에는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전투체계가 장착돼 있다. 복합식 추진체계를 적용해 수중방사소음도 최소화했다.
오너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7일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방문해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수주를 위해 목숨 걸고 준비하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인력충원과 기술개발에 힘쓰기 쉽지 않았지만 이번 한화그룹 인수를 계기로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수상함 명가 재건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프로젝트에서도 두 회사 사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캐나다 해군은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 원) 규모의 잠수함 교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이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잠수함 건조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유력한 수주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방산 기술력이 높은 업체로 꼽히는 밥콕과 잠수함 수출을 위한 협력에 나선 이유도 캐나다 잠수함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7일 밥콕 캐나다(Babcock Canada)와 '캐나다 수출용 잠수함 사업을 위한 기술협력합의서(TCA)'를 맺고 각각의 핵심 기술력을 결집하기로 했다.
한영석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조선과 방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양사가 힘을 합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잠수함 수출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오션 역시 같은 날 밥콕 캐나다와 기술협력협약(TCA)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에 도전하는 주요 발주건에서 한화오션 역시 공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여러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지닌 방산 분야의 내재적 역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도 해양방산 분야에서는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며 수상함과 잠수함의 건조이력을 다수 쌓았는데 이제 방산명가인 한화그룹 품에 안기며 그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방산사업은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두 조선사로서 해양방산 쪽에서 한화오션에 밀리는 것은 다소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더구나 조선업체로서는 해양방산사업에서 나오는 현실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해양방산사업은 글로벌 경기와 무관하게 각국의 국방전략에 따라 수요가 형성되는 분야인 만큼 상선처럼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크지 않으며 꾸준한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조선업이 다른 산업보다 호황과 불황의 주기가 길기 때문에 많은 조선사들이 불황기에 극심한 고통을 겪는데 해양방산 쪽에서 꾸준한 이익이 나온다면 불황을 나는 데도 요긴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이 해양방산 분야에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진행하는 만큼 해양방산 쪽에서 수주가 늘어날수록 유지·보수·정비 쪽에서 고정수입이 발생할 여지도 많아진다.
▲ HD현대중공업이 7일부터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선보이는 차세대 함정 모형. |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수상함 분야 기술 경쟁력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엇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건조 이력 측면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이 지금까지 건조한 수상함은 79척으로 이는 국내 최다 건조실적이다. 함정 수출실적은 14척으로 이 역시 국내 최다기록이다.
한영석 부회장은 7일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상함 분야에서 HD현대중공업의 경쟁자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처음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에 왔을 때 수상함 분야가 잘 안 돼 뭐가 잘못됐나 고민하고 수상함 분야에 기술력을 쏟아부었다. 현재는 어디 내놓아도 자신있게 이길 수 있는 실력과 기술력이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수주전과 관련해 “잘 하는 회사에게 발주할 것이라 본다”며 “HD현대중공업은 기술력과 품질, 납기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잠수함에서는 한화오션이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국내 잠수함 시장점유율이 98%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전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조선사 경쟁에서 한국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 승자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한화그룹의 열정이 더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