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두산그룹이 주력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며 이익체력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준비했던 신사업들의 잠재력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신사업 진출·육성을 통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적잖은 공을 들여왔는데 그 노력의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두산 주력사업 순항 속 신사업도 성장, 박정원 사업다각화 '열매' 익어간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은 신사업 진출·육성을 통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적잖은 공을 들여왔는데 그 노력의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1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두산그룹은 주력사업의 실적과 수주 모두 긍정적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지주사 두산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3511억 원, 영업이익 3382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0.1%, 영업이익은 81.6% 늘었다. 

두산은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1283억 원을 거두며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하기 전인 2019년(1조2286억 원)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 고지를 넘었는데 이런 좋은 흐름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진 것이다. 

실적 호조의 1등 공신은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이다. 두산밥캣은 1분기에 영업이익 3697억 원을 거두며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지주사 두산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의 중추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이익 효과를 제거하면 아직 실적 개선 신호가 분명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수주에선 고무적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약 2조9천억 원),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발전소 기자재 공급계약(약 600억 원), 투르키스탄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약 1조1500억 원) 등을 체결하며 약 4조3천억 원의 일감을 더 쌓았다. 

1분기 기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잔고는 19조3850억 원인데 이 가운데 두산퓨얼셀(1조5977억 원), 두산밥캣(3763억 원) 등을 제외한 순수한 에너지사업 일감은 17조4110억 원이다. 앞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여지가 커진 셈이다. 

두산은 과거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2020년 3월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놓인 경험이 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위기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이익체력도 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박정원 회장이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적극 추진했던 신사업들의 성과도 점차 가시화할 조짐이 보인다. 기존 주력사업의 성과와 미래 성장사업의 잠재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사업구조 다각화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지난해 반도체를 그룹의 새 성장 축으로 삼고 반도체 후공정(테스트)사업을 하는 테스나(현 두산테스나) 인수했다. 

지주사 두산은 2022년 4월 두산테스나를 4600억 원에 인수한 뒤 앞으로 5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후공정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 회장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서안성의 두산테스나 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될 것”이라며 “5년 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글로벌 톱(TOP)5’로 성장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IT용 반도체 후공정 외에 차량용과 PC용 반도체 등으로 테스트 품목을 다변화했는데 그 덕분에 반도체산업의 전반적 둔화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 흐름을 내며 박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2777억 원, 영업이익 672억 원을 냈다. 이는 전년보다 매출은 33.8%, 영업이익은 24.2% 늘어난 것이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테스나는 차량용 및 PC용 반도체 실적이 유의미하게 성장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다”며 “2023년 반도체 생태계는 차량용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두산테스나의 차량용 반도체 수혜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주사 두산의 신사업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두산로지스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성장성도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생산, 두산로지스틱스는 물류관리 서비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수소드론 제작을 주력으로 한다. 

박 회장은 2020년 12월 이들 자회사 3곳을 관리하는 신사업부문을 두산에 신설해 통합관리를 시작했다. 물류사업을 중심으로 3사의 시너지를 노리는 한편 그룹의 다른 사업들과 접목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사 가운데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두산로보틱스는 3월 주관사를 선정한 뒤 주식 1주를 10주로 액면분할하는 등 상장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자금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협동로봇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은 두산그룹 미래형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