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 완료, 여성 이사 선임은 구색 맞추기 불과

▲ 3월 말 주총이 끝나면 각 금융지주 여성 사외이사 수는 KB금융 3명, 신한금융 2명, 하나·우리금융 1명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곧 주주총회에서 신규 및 중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KB금융을 빼면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3곳 금융지주는 사외이사를 여럿 바꾸는 가운데서도 여성 사외이사 수는 그대로 유지하는 데 그쳤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하나금융은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각각 여성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앞두고 있다. 

KB금융은 새 사외이사 후보로 모두 3명을 추천했는데 이 가운데 2명이 여성이다. 여정성, 조화준 후보인데 이들이 새로 이사회에 합류하면 KB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모두 3명이 된다.

하나금융은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하나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기존에 권숙교 사외이사가 유일했는데 3월 주총을 기점으로 권 이사는 회사를 떠나고 원 이사가 새로 합류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는 그대로 1명을 유지하게 된다.

신한금융은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는다. 윤재원, 김조설 등 2명 여성 사외이사가 그대로 이사회에 남는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새로 추천했지만 이 가운데 여성은 없다. 여성 사외이사는 송수영 사외이사 1명이다. 

KB금융을 빼면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3곳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여전히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 경영 평가에서 여성 이사 선임 등을 통한 다양성 확보가 점차 강조되고 국내에서는 ‘여성 이사 할당제’도 도입됐지만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최저 기준을 맞추는 정도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기업이 비상임이사의 최소 40% 또는 이사회의 33%를 여성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해에 승인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이른바 ‘여성 이사 할당제’ 규정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할 수 없다.

이 규정에 따라 금융지주는 모두 의무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반대로 놓고 보면 여성 사외이사를 1명만 선임해도 기준은 충족된다. 

4대 금융지주 모두 3월 말 주총이 지나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지지만 이 점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진 것은 여성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해서가 아니라 전체 사외이사 수가 줄어든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금융지주가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등 다양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한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수는 2명이 유지되지만 전체 사외이사 수가 12명에서 9명으로 줄면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16.6%에서 22.2%로 높아진다. 우리금융도 전체 사외이사 수가 7명에서 6명으로 줄면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진다. 하나금융은 그대로 여성 사외이사 비중 12.5%가 유지된다. 

KB금융만 여성 사외이사 수가 1명 늘면서 여성 비중이 28.6%에서 42.8%로 높아진다.  

특히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앞으로 1년 동안 여성 사외이사를 1명만 두게 되는데 이는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여성 이사 할당제의 취지와 크게 부합한다고도 할 수 없다. 경력과 출신이 다양할수록 여러 목소리가 나올 텐데 1명의 여성 사외이사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만 비교해 봐도 여성 사외이사의 경력 스펙트럼에서 차이가 난다.

KB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들은 교수, 전 기업은행장, 전 KT캐피탈 대표 등으로 각기 이력을 쌓아온 업계와 분야가 다르다. 

권선주 사외이사는 전 기업은행장으로 카드사업본부 부행장,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거쳐 국내 최초의 여성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신임 여정성 후보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로 한국소비자학회장,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해 소비자학 권위자로 평가된다.

또 다른 신임 조화준 후보는 KTF 최고재무책임자(CFO), KT 자금담당 및 IR 상무, BC카드 CFO, KT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금융, 재무 분야의 전문가다. KT그룹에서 최초로 여성 사장을 역임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ESG 분야 전문가, 우리금융은 변호사 등으로 여성 사외이사의 경력이 제한된다. 

하나금융의 신임 원숙연 후보는 현재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의 송수영 사외이사는 변호사로 ESG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생으로 다른 사외이사들과 비교해 나이도 크게 적다.

여성 사외이사가 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그만큼 구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 자체가 까다로운 측면도 있고 여기다 여성 사외이사로 제한하면 더 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