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이전 갈등 격화, 강석훈 '꼼수 인사'에 노조 가처분 신청 맞서

▲ KDB산업은행 직원들이 20일 오전 8시30분 본점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직원을 부산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를 단행하며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들과 함께 가처분 신청에 나서며 강 회장의 이전 강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일 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19일 단행된 인사발령을 기점으로 강 회장과 노조 사이의 대립이 한층 격화되는 모양새다. 

강 회장은 전날 오후 본부장을 포함해 직원 약 45명을 부산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노조는 이들 직원 이외에 10여 명의 신입 직원을 추가로 배치해 모두 55명이 부산에서 근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는 특히 이번 인사발령에서 이른바 ‘밀어내기식’ 이동이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본점 직원을 부산으로 바로 내려 보내는 사례도 있으나 본점 직원을 지방으로 보내고 다시 그 지역의 직원을 부산으로 발령을 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강 회장의 이런 시도를 ‘꼼수’ 인사라고 비판하며 노조에서 준비하는 전보 명령 가처분 신청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이번 인사를 한국산업은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보고 부산으로 직접 발령을 받은 본점 직원들과 함께 가처분을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은행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에 관한 조항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부산이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강 회장은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본점의 조직과 인력을 부산으로 옮기려 이번 인사를 단행했는데 노조에서 추진하는 가처분 신청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에도 있어왔던 지방 근무를 위한 발령이라고 주장할 수 있도록 밀어내기식 인사발령을 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일단 예정대로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노조는 이날 12시에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한 뒤 설득 작업을 거쳐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다.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탄원서를 받고 이전반대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실을 통한 지원도 얻겠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정청 산업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산업은행 로비에서 진행된 이전반대 집회에서 “이번 인사발령은 부산으로 꼼수 이전을 위한 시발점이다”며 “불법적 인사발령을 소송을 통해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해 11월29일 동남권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국내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본점의 중소중견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문 아래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지역성장지원실’로 통합한 뒤 이들 부서를 부산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조직개편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