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착공↓ 전기요금↑ 이중고, 시멘트업계 두 달 만에 가격인상 '만지작'

▲ 주택 착공이 줄고 전력비 등 원가 부담이 가중돼 시멘트 업계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시멘트업계가 두 달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택 착공이 줄어 시멘트 수요가 감소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전력비가 오르고 유연탄 가격 부담도 지속돼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레미콘업계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8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시멘트 등 건설자재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에 가격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판매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실적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과 비교한 시멘트 출하량은 2023년 4.7%, 2024년에는 1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8년부터 이어진 국내 주택 착공 사이클이 2023년부터 하락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시멘트 기업들의 매출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시멘트 구매량을 늘리는 시점은 콘크리트 골조 현장의 지반 기초 공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인 착공 이후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때이다. 

국토부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주택 착공실적은 35만8098세대로 전년 같은 기간(50만1878세대)보다 28.6% 감소했다. 주택 착공실적이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2023년부터 판매물량 감소가 불가피한 셈이다. 

더욱이 올해도 착공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을 통해 “2023년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22년보다 30% 줄어든 38만 세대 수준으로 예상되고 착공과 분양물량은 20%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분양 증가세가 둔화되고 금리가 떨어져야 착공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분양이 감소한 뒤 착공이 반등했다”며 “2009년, 2013~2016년, 2019년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미분양이 감소했고 이후 착공이 반등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가 지난해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올해 사정이 나아지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이에 시멘트업계가 판매물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두 달 만에 다시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유연탄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어 작년 2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아세아시멘트와 쌍용C&E는 시멘트 가격을 지난해 11월 14.1%, 15.4% 각각 올렸다.

시멘트 제조원가를 보면 전력비가 25%, 유연탄은 30% 수준을 차지하는 데 전력비용은 오르고 유연탄 가격도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시멘트업계에서 추가 가격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떠오른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0월1일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7.4원 올렸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대 kWh당 11.7원 높아졌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올리기로 했다고 지난해 12월30일 발표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전력요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11월 인상분에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시멘트 기업마다 생산능력이 다른 만큼 전력비 인상에 따른 부담은 다르겠지만 1분기에 전력요금 인상으로 100억 원 안팎의 원가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연탄 가격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를 보면 호주산 유연탄(Australia Premium Low Vol)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288.5달러를 보였다. 

2022년 3월 톤당 670달러 수준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지난해 7월 200달러까지 떨어진 뒤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고 2020년 톤당 100~130달러 안팎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셈이다. 

다만 시멘트업계가 가격 인상을 추진하자 시멘트를 원료로 쓰는 레미콘업계에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시멘트 가격이 두 차례나 올랐지만 레미콘업체들은 제때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수도권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는 올해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레미콘 가격을 ㎥당 4200원씩 올리는 계단식 인상에 합의했다. 하지만 레미콘업계는 인상폭이 적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지역의 레미콘업체들은 건설업계와 협상을 앞두고 협상전략을 짜기 위해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거시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손실을 감내해야 하지만 가격 인상 요인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지난해 시멘트 가격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상을 하는 것은 부담이고 아직 가격인상 방침이 확장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