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나노 기술은 아직 TSMC에 역부족, 퀄컴 등돌릴까 노심초사

▲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퀄컴의 제품이 삼성전자 4나노로 만들어진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기술격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 미세공정 파운드리 반도체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대만 TSMC와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수주를 확대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도 최근 4나노 공정 수율을 60%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고 대규모 설비투자도 진행해 생산안정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가 파격적 파운드리 가격 할인을 앞세운다면 퀄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19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폴드4 시리즈에 탑재된 SOC(시스텐온칩)인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면서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기술격차가 아직도 벌어져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이전 모델인 ‘스냅드래곤8 1세대’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최대 10% 끌어올리면서 전력 효율성도 30% 개선됐다.

CPU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긱벤치’에서 스냅드래곤8+ 1세대가 탑재된 갤럭시Z폴드4의 점수는 싱글코어 1312점, 멀티코어 3996점 수준을 보였다. 

이는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들어간 갤럭시S22울트라의 싱글코어 1247점, 멀티코어 3461점보다 훨씬 높은 점수다.

현재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애플의 A15바이오닉 칩은 싱글코어 1732점, 멀티코어 4685점 수준이다.

이번에 출시된 스냅드래곤8+ 1세대는 TSMC의 4나노, 이전 모델인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됐다.

두 개의 제품이 기본적으로 같은 설계 기반인 것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성능 개선은 파운드리 차이에 따른 성능 격차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해외 유명 IT팁스터(정보유출가) 아이스유니버스는 “퀄컴은 이미 2022년 말에 공개할 스냅드래곤8 2세대 물량도 모두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긴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성능이 이전 모델보다 크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IT매체 기즈모차이나도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스냅드래곤이 발열 및 효율성에서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퀄컴은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주문도 아직 지켜보고 있다”며 “올해 11월25일에 공개될 스냅드래곤8 2세대는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지며 전체적 성능은 약 10% 더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4나노 기술은 아직 TSMC에 역부족, 퀄컴 등돌릴까 노심초사

▲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모바일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된 전 모델보다 성능은 10%, 전력효율은 30%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최대 고객이었던 퀄컴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4나노 설비가동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부터 4나노 공정으로 구글의 2세대 SOC ‘텐서’를 양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는 퀄컴이 맡겼던 물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 설비에 수조 원을 투자하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퀄컴 등 대량으로 제품을 발주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로부터 수주를 확대해야 한다.

대만 경제일보는 18일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5나노 미만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TSMC로부터 퀄컴, 슈퍼마이크로, 휴이다 등 거물급 고객을 빼앗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4나노 수율을 60% 수준까지 개선하는 등 올해 초보다 공정을 빠르게 안정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초 삼성전자로부터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지 못했던 퀄컴도 향후 첨단 반도체의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파운드리는 무엇보다 제품을 고객사에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물량만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4나노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수율이 50%에도 못 미치면서 퀄컴이 원하는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판매단가보다는 거래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TSMC는 오랜 업력으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고객들이 TSMC를 떠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의 고객사를 빼앗아오기 위해서는 고객사들이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 필요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의 대량생산을 위해 퀄컴에 TSMC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우선 오랫동안 거래할 수 있는 고객사를 확보해 파운드리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해외 IT매체 WCC테크는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며 “다만 TMSC 파운드리가 이미 더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가격을 낮추는 결정은 도박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