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텔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4나노급 ‘인텔4’ 미세공정 기술을 선보이며 기존 공정과 비교해 큰 폭의 성능 발전과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기술 도입에 자신감을 증명했다.
인텔이 이른 시일에 실제로 최신 공정기술을 활용해 파운드리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삼성전자와 TSMC를 위협하며 중요한 경쟁상대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15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인텔은 하와이에서 열린 전기전자공학회(IEEE) 행사를 통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최신 미세공정 기술 ‘인텔4’의 자세한 사양과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4는 인텔에서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를 최초로 도입해 개발하는 공정으로 기존 인텔7 공정과 비교해 이론상 성능은 20%, 전력효율은 40%까지 높일 수 있는 미세공정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인텔의 경쟁사는 이미 파운드리사업에 4나노 공정을 도입해 퀄컴 등 고객사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인텔의 4나노급 공정 개발 시점은 이들과 비교해 1년 이상 뒤처졌고 파운드리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인텔 CPU 등 제품을 양산하는 데만 활용된다.
그러나 인텔4 공정의 성공적 도입은 앞으로 인텔이 차세대 인텔3 공정을 통해 파운드리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TSMC에 수년째 밀리고 있는 인텔의 공정기술 발전 속도가 이들을 단기간에 따라잡아야만 실제로 고객사 반도체 수주 경쟁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기술 난이도가 높은 EUV공정을 처음 도입하고 공정 개발 목표도 무리한 수준으로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반도체업계에서 인텔의 파운드리사업 진출에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었다.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을 따라잡겠다는 인텔의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인텔4 공정의 초기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인텔이 새 공정에 활용한 기술과 소재, 실제 반도체 구조 이미지 등을 매우 자세히 공개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매체 어낸드테크는 “인텔의 미세공정을 통한 반도체 성능 개선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경쟁력과 양산 목표 측면에서도 좋은 발전이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내년까지 4나노급 미세공정 개발과 양산을 시작한 뒤 2023년 하반기 도입하는 3나노급 공정부터 본격적으로 고객사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4년에는 차세대 공정인 2나노급, 1.8나노급 공정 도입이 순차적으로 예고되어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나 TSMC의 신기술 도입 목표를 앞서나가는 수준이다.
인텔이 처음 이런 계획을 발표했을 때 반도체업계에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유력했지만 우선 4나노급 공정 개발 과정에서는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TSMC가 양분하고 있는 7나노급 이하 고성능 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시장에서 인텔이 신규 경쟁자로 급부상하며 경쟁사들을 긴장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다.
인텔은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경쟁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시스템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절대적 우위를 갖춘 기업으로 오랜 기간 선두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다른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들이 인텔을 추격하며 고성능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를 자극했고 파운드리업체들이 고객사 수요에 응답하기 시작하면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와 TSMC가 경쟁을 바탕으로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사이 인텔은 공정 기술 발전보다 신사업 진출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가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텔이 반도체 공정 기술력에서 과거의 저력을 되찾고 파운드리시장에서도 선두기업으로 도약을 노린다면 삼성전자와 TSMC는 자연히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텔4 공정 기술 발표와 관련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텔이 이번에 발표한 대로 반도체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실제 반도체 양산 뒤 확인할 수 있는 문제고 생산 수율과 원가 경쟁력도 파운드리사업에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텔이 생산한 반도체에서 약속한 만큼의 성능 및 전력효율 개선이 확인되지 않거나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 우위가 지속된다면 인텔이 실제로 시장에서 힘을 쓰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TSMC가 지금과 같이 최신 미세공정 기술 도입과 양산 안정화에 성과를 내고 생산 수율 개선과 고객사 수주에 집중하는 일이 최선의 대응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낸드테크는 “인텔이 새 공정기술을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는 일”이라며 “인텔의 목표 달성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