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이동우 신사업에서 '성과', 호텔롯데 상장 지원은 '과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신사업을 가시화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에서는 이렇다 할 뚜렷한 움직임을 못 내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이동우 부회장이 강조해온 ‘투자하고 싶은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지주의 신사업 1호인 헬스케어와 관련해 4월에 법인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한 데 이어 곧 신사업 2호인 바이오 진출을 위해 ‘롯데바이오로직스’라는 자회사도 만든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새 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단숨에 해소하듯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지주의 움직임은 기관투자자의 강력한 매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보면 연기금은 롯데지주 주식을 3월2일부터 최근 거래일인 13일까지 순매수하고 있다. 51거래일 연속 순매수는 매우 이례적 움직임이다.

특히 롯데지주가 바이오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공장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16일에는 연기금의 롯데지주 순매수 물량이 7만4천 주를 넘기도 했다. 순매수 시기 51거래일 가운데 최대 물량이다.

이동우 부회장이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공언했던 “주주들이 지속해서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새 사업을 발굴하는 특명을 받고 2020년 10월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올랐다.

롯데지주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도 이동우의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지주회사의 혁신과 지속적 발전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계열사의 시너지 창출과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적혀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롯데지주를 놓고 “기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적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과 기존 사업과 시너지 발현을 통한 성장성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롯데지주의 또 다른 미션인 호텔롯데 상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롯데그룹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지분 11.1%를 보유해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19.07%), 광윤사(5.45%) 등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99% 이상을 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희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호텔롯데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호텔롯데의 자회사 롯데렌탈의 상장은 일찌감치 이뤄졌지만 호텔롯데 본업의 성장성을 부각하기 어려운 시기이다보니 기업공개 일정을 잡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 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상장에 속도가 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최근 금리인상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를 준비해온 여러 기업은 오히려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의 해법을 찾아낸다면 향후 롯데지주에서의 평가가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호텔군HQ와 호텔롯데에서 맡고 있는 업무이다"며 "이동우 부회장은 롯데지주에서 전략과 재무를 담당하는 대표이사로서 향후 호텔롯데 상장에 필요한 재무적 지원 역할을 맡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과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을 때 불미스러운 사건 탓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신동빈 회장의 신뢰 덕분에 자리를 유지했다. 2020년 8월에는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 회장의 신뢰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