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마사회의 체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마사회가 장기간 회장 공석 사태를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경마장 정상화도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혁신 작업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제 모습 찾아가는 경마장, 정기환 마사회 혁신 시동

▲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22일 마사회에 따르면 신뢰 회복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혁신안을 마련하는 등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마사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혁신안은 큰 방향으로 △상생적 경마산업 생태계 구축 △생명과 안전 우선의 경마환경 조성 △경마를 향한 부정적 인식의 전환 △말산업 저변확산 등을 담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혁신안을 바탕으로 구체적 실행계획이 앞으로 마련될 것”이라며 “세부과제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시민단체, 경마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혁신과제 점검기구도 설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마사회의 혁신 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마를 향한 부정적 인식 전환’이다.

마사회는 마권 판매를 통한 수입이 전체 수입의 90%를 웃돌 정도로 경마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경마는 사행성 사업인 만큼 대중의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경마를 향한 부정적 인식은 마사회, 나아가 말산업 자체를 향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면서 온라인 마권 등 마사회가 추진하는 미래 사업의 발목을 잡아 왔다.

주무 부처인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온라인 마권을 반대하면서 “경마를 놓고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 회장은 이번 혁신안에서 경마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장외발매소를 축소하고 이와 연계해 승마, 레저 기능이 융합된 테마파크형 소형 경마장을 설치 등을 제시했다.

경마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말산업을 레저, 관광 쪽으로 이동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말산업에서 레저나 관광의 비중이 커지면 부정적 인식을 완화함과 동시에 마사회의 수익다변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이 마사회 혁신안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경마장도 정상화되는 지금이 마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수입이 사실상 끊기며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사실상 회장 공백 사태가 일 년 내내 이어지기도 했다.

김우남 전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했으나 취임 한 달 만에 폭언 및 부당채용 시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 해 내내 회장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10월 해임됐다.

하지만 정 회장이 올해 2월 취임했고 핵심 사업인 경마장의 정상 운영이 가시화되면서 마사회에도 본격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에 따라 경마장 관중수도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인 17일에는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 1만6천여 명의 관중이 찾아 좌석과 입석 모두 꽉 찰 정도로 경마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25일부터는 경마장에서 취식금지 조치까지 해제되면서 사실상 경마장 영업을 제한하는 방역조치가 모두 사라지는 만큼 관중수 회복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크다.

시기적으로 올해는 ‘한국경마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마사회가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 작업에 추진력을 더할 수 있는 기회이다. 

정 회장은 “마사회 혁신안은 마사회 경영위기 극복의 시작이자 마침표”라며 “직접 이행 경과를 점검해 혁신 과제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