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단 IBK기업은행알토스의 항명 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구단주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윤종원 행장은 기업은행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뒤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IBK기업은행 배구단과 함께 이미지 추락, 윤종원 책임론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30일 금융권과 배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업은행 여자배구단 사태가 팀 차원을 넘어서 국내 배구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기업은행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건은 IBK기업은행알토스 주장이었던 조송화 선수가 12일 숙소를 무단이탈하면서 시작됐다.

19일에는 김사니 코치도 팀을 무단으로 떠났는데 당시 서남원 감독의 지도방식에 불만을 품으면서 발생한 항명 사태였다.

김 코치는 "서 감독이 모욕적 언사와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서 감독은 "폭언은 없었다"고 정면반박했다. 

이런 진실공방과 무관하게 기업은행의 대응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을 경질하고 팀을 무단으로 떠났던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 앉히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두고 배구 팬들 사이에서는 ‘김 코치가 쿠데타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왔다. 진실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고 김사니 코치를 두둔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차상현 GS칼텍스 배구단 감독은 27일 김사니 감독대행과 악수를 거부했고 여자부 6개 구단 감독들도 김 감독대행과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조송화 선수를 임의해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선수 서면 신청서를 누락하는 아마추어 같은 실수도 저질렀다.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임의해지를 할 때 구단이 아니라 선수가 먼저 서면으로 신청해야 한다.

기업은행이 이번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윤종원 은행장이 부재한 영향도 있다.

IBK기업은행알토스 구단장을 맡고 있는 윤 은행장은 현재 장기간 해외출장을 나가 있다. 윤 행장은 23일 출국했고 12월 초에 귀국한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야구단과 달리 IBK기업은행알토스 등 배구단은 기업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구단 구단주인 윤 행장이 감독 임면권을 들고 있는 등 주요 사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윤 행장이 구단주의 역할을 넘어 선수 선발 등 과도하게 배구단에 관여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윤 행장은 배구로 유명한 인창고등학교 출신으로 평수에도 배구를 즐겨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장은 개인고객들이 기업은행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스포츠마케팅을 강화해오고 있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또는 기업이 거래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아직 개인고객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여자배구, 사격선수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자바둑과 주니어 테니스 등으로 비인기 종목을 위주로 스포츠마케팅을 펼쳐왔다.

2020년 말에는 현대카드 출신으로 마케팅 전문가인 조민정 본부장을 홍보브랜드본부장에 영입해 스포츠마케팅을 강화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배구단은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에 힘입어 높은 효율의 홍보효과를 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배구단의 내홍 사태와 더불어 후속 대응의 부실로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윤 행장은 귀국한 뒤 빠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IBK기업은행 배구단과 함께 이미지 추락, 윤종원 책임론도

▲ 김사니 IBK기업은행알토스 감독대행.


기업은행은 이미 27일 부산·울산·경남그룹장을 맡고 있는 감성한 부행장을 신임 배구단 단장으로 임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윤 행장은 배구단을 무단이탈한 김사니 코치 등의 징계, 서남원 전 감독의 잔여연봉 지급문제, 새 감독 임명 등을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감성한 단장은 29일 서 전 감독과 만났고 12월에 다시 만나 잔여 연봉에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감 단장은 윤 행장의 지시를 받은 뒤 연봉문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조송화 선수의 징계문제는 12월2일 한국배구연맹이 상벌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기업은행은 26일 조 선수를 업무 위반 등의 사유로 조 선수를 한국배구연맹에 징계요청을 정식회부했다.

감독 임명도 서둘러야 한다. 이날 한 매체에서는 기업은행이 박기주 한봄고등학교 감독을 배구단의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고 보도했지만 기업은행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태를 최대한 서둘러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