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1월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판매의 증가로 2021년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장 사장은 국내와 미국의 판매 기세를 몰아 올해 유럽과 중국에서 제네시스 출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현대차 제네시스 판매호조, 장재훈 유럽 중국 진출도 속도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월 현대차 글로벌 판매실적에서 제네시스 판매 확대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국내와 미국에서 도매기준으로 각각 1만1497대와 2814대를 팔았다. 2020년 1월보다 각각 283%와 101% 늘었다.

국내에서는 1월 고객 인도를 시작한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GV70,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 출시한 대형SUV인 GV80이 판매 확대를 이끌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네시스는 특히 1월 미국 판매에서 인상적 모습을 보였다”며 “GV80 판매가 크게 늘면서 1월 제네시스 미국 판매비중은 6.2%까지 상승했다”고 파악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제네시스 판매비중 목표를 6%로 잡았다. 지난해 2.6%보다 3.4%포인트 높은 것인데 2021년 첫 달부터 판매비중 목표를 넘겼다.

제네시스의 좋은 판매 흐름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최근 2020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4천 대 규모의 GV70 주문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월 국내에서 GV70을 2287대 팔았는데 같은 속도로 앞으로 5개월을 더 팔 수 있는 물량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GV80을 출시한 뒤 판매량이 1월 374대, 2월 1176대, 3월 3268대, 4월 4234대 등 한동안 증가세를 보였는데 GV70 역시 매월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미국시장에서는 상반기 내 GV70이 출격한다. GV70이 속한 중형SUV시장은 기본적으로 GV80의 대형SUV시장보다 규모가 커 미국 제네시스 판매 확대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제네시스사업은 장 사장이 직접 이끌고 있다.

장 사장은 애초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부장을 겸임하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에 내정됐는데 여전히 제네시스사업부장을 맡아 글로벌 제네시스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국내사업본부장에 유원하 부사장이 새로 선임된 것과 사뭇 다르다.

장 사장은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공식 취임한 뒤 제네시스사업부장에서 내려오더라도 제네시스사업을 중점적으로 챙길 가능성이 높다.

장 사장이 올해 제네시스 판매를 늘리는 일은 현대차 수익성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대차는 올해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로 4~5%를 제시했는데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 ‘아이오닉5’의 수익성이 아직 단단하지 않은 만큼 이익률 유지를 위해 제네시스 판매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은 2020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달러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수익성 전반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제네시스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 확보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2015년 현대차 고객가치담당을 맡은 뒤 국내사업본부장, 제네시스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과 성장에 깊이 관여해 누구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도 받는다.

장 사장은 제네시스 판매 확대를 위해 올해 유럽과 중국 출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올해 세계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목표로 20만 대를 제시했다. 지난해 판매실적보다 55% 높여 잡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국내 10만8천 대를 포함해 세계시장에서 12만8천 대의 제네시스를 팔아 연초 목표했던 11만6천 대를 훌쩍 넘겼는데 또 다시 공격적 목표를 내걸었다.

현대차는 국내와 미국에서 지금의 좋은 판매흐름을 일년 내내 이어간다해도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하기는 조금 버거워 보이는데 유럽과 중국이 더해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고급차시장, 유럽은 고급차의 원조 격인 시장으로 두 지역에 제네시스가 안착한다면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이며 국내와 미국 판매 확대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장 사장이 제네시스 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유럽과 중국 공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만해도 2021년에 제네시스 전기차 1종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는데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G80 전기차와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중소형SUV 전기차 등 2종을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늘Who] 현대차 제네시스 판매호조, 장재훈 유럽 중국 진출도 속도

장재훈 사장이 2020년 12월8일 제네시스 GV70 글로벌 온라인 론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네시스 유튜브채널 캡쳐>


유럽과 중국은 세계 전기차시장 1, 2위를 다투는 지역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정책적 지원이 더뎠던 미국과 비교해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유럽과 중국 전기차시장은 앞으로도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고급차시장이 확고한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 쪽이 시장 확대 기회를 잡기 수월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은 탄소배출 규제 측면에서도 제네시스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친환경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 사장은 제네시스의 유럽과 중국 출시시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현재 제네시스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만큼 유럽과 중국 출시를 위해서는 각 지역별 예상 판매량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장 사장이 유럽과 중국에 우선 출시하는 차량을 다르게 배정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 소비자는 소형차, 중국 소비자는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유럽에는 GV70을, 중국에는 GV80을 우선 출시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제네시스의 유럽과 중국 출시를 준비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뒤로 미뤘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럽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에서 최적의 제네시스 출시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과 중국 출시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