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와 불가리아에 이어서 우크라이나에서도 신규원전사업 수주활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동유럽에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가 많아 신규원전 수요가 이어지는 점에 주목해 차세대 한국형 원자로를 앞세워 원전시장을 개척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한수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회사 에네르고아톰 경영진과 한수원 경영진이 화상회의를 하면서 한수원이 우크라이나 신규 원전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에네르고아톰은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출한 뒤 한수원에 사업일정을 포함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약속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원전 건설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에네르고아톰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페트로 코틴 에네르고아톰 사장과 김상돈 한수원 성장사업본부장은 11일 화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신규원전사업에 관해 논의했다.
한수원은 에네르고아톰에 우크라이나 리브네 원전 5호기 건설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히고 한국형 원자로 ‘APR-1400’를 사업모델로 제안했다.
리브네 원전은 우크라이나 서부 리브네에 있는 원전으로 현재 4호기까지 건설돼 운영 중에 있으며 에네르고아톰은 5호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네르고아톰은 현재 리브네 원전 5호기뿐만 아니라 남우크라이나 원전 4호기, 자포리체 원전 7호기 등 1400MW급 신규 원전 3기를 건설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국내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신규원전사업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특히 동유럽의 많은 국가가 원전을 운영하고 있어 노후원전의 시설 개선과 신규원전 건설 수요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 동유럽에서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루마니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8개국의 원전 운영사와 규제기관, 공급사 소속 원전관계자 등 40여 명을 국내로 초청해 한수원의 원전기술을 홍보하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한수원은 현재 우크라이나 이외에도 체코와 불가리아, 폴란드에서 신규원전 수주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체코에서 12월부터 진행될 1200MW 규모의 두코바니 신규원전사업 입찰을 앞두고 최근 직접 체코 현지를 방문하며 수주활동을 진행했다.
한수원은 불가리아에서는 1천MW 규모의 신규원전 2기를 건설하는 벨레네 원전사업을 놓고 전략적 투자자후보군으로 선정돼 러시아, 중국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한수원은 폴란드 정부가 2043년까지 약 21조 원을 들여 신규원전 6기를 건설하는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한수원은 신규원전 수주경쟁에서 한국형 원전 ‘APR1400’을 앞세우고 있다.
APR-1400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자로이며 한국이 첫 수출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도 적용된 모델이다. 발전용량은 1400MW 규모이며 최대 60년까지 원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PR-1400이 2017년 유럽 사업자요건,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을 얻으며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입증받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한수원은 설명한다.
정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에서 전략적 수주활동을 통해 우호적 원전 수주여건을 조성해나가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보유한 종합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