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가 화웨이의 반도체 일감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추격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까?

화웨이는 최근 대만 TSMC 대신 SMIC와 파운드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제재하기 위해 TSMC에서 화웨이용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따른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SMIC, 화웨이 업고 삼성전자 추격의 발판 마련

▲ 중국 SMCI가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8일 영국 로이터 등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미국 정부는 TSMC 등 미국의 반도체 생산 장비를 이용하는 해외기업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하려면 미국 당국으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제한대상은 미국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으로 전해졌다.

TSMC 일부 반도체 라인의 미국 기술 의존도가 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TSMC와 화웨이의 협력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화웨이는 지금까지 하이실리콘을 통해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겨 왔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자회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로 화웨이 스마트폰 등에 반도체를 공급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안이 현실화하면 하이실리콘이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등 여러 주력사업에 반도체가 필수인 화웨이로서는 치명타를 맞게 되는 셈이다.

화웨이는 눈앞에 닥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TSMC의 대안으로 SMIC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SMIC는 TSMC가 기존에 생산하던 하이실리콘의 14나노급 반도체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실리콘이 TSMC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물량을 수주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대만 타이페이타임스는 “TSMC는 중국시장에 매출 20%를 의존하고 있다”며 “화웨이는 애플 다음으로 TSMC의 가장 큰 고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MIC가 화웨이 수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주요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SMIC의 외형과 기술수준 자체는 아직 삼성전자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2019년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TSMC에 뒤이어 점유율 17.8%를 차지했고 SMIC의 점유율은 4.3%에 그쳤다. 

또 삼성전자가 5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눈앞에 두고 머지않아 3나노급 양산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해 SMIC는 최근에야 7나노급 공정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MIC가 화웨이의 반도체를 수주했다는 것은 최소한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합한 보급형 반도체를 생산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력이 높은 중국의 스마트폰 브랜드의 일감을 받아 파운드리사업 규모를 확장할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도 SMIC의 성장에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조 2025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반도체 기업들에 막대한 투자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SMIC는 중국 제조 2025의 대표적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물론 SMIC가 이른 시일 안에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특히 EUV(극자외선) 공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극자외선 공정은 기존 광원이었던 불화아르곤레이저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활용해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 미세공정을 7나노급 이하로 심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SMIC는 극자외선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당분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달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에 압력을 넣어 SMIC가 네덜란드기업 ASML로부터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