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9-08-16 11: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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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 남한과 더 이상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한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청남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국평화통일위는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을 마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대화국면이 저절로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북한-미국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한다”며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쪽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평화통일위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남한과 북한 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원인도 ‘남조선 당국자’의 자업자득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한 북한 미국의 대화가 제자리를 걷고 있는 점을 놓고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평화통일위는 8월 말에 끝나는 한국-미국 연합지휘소훈련과 국방부에서 최근 내놓은 국방중기계획을 이야기하면서 북한의 궤멸을 목적으로 뒀다고 비난했다.
조국평화통일위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나온 ‘평화경제’를 놓고도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남북 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라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크게 웃을)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조국평화통일위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등 비난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조국평화통일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남한보다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방침을 거듭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판문점에서 만난 뒤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재개될 조짐이 나오고 있다. 이때부터 북한은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일을 자제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과 관련해 남한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실명을 이야기하는 대신 ‘남조선 당국자’로만 불렀다. 이번 담화 내용도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에서는 내보내지 않았다.
향후 남한과 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을 고려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