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새 노동조합이 출범하자마자 노사가 충돌하고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포스코가 '조직적 노조 와해 공작'을 펼쳤다며 관련 문건을 폭로했고 회사는 노조 집행부를 절도와 무단침입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 17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들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가운데)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금속노조 소속의 포스코 노조원 A씨 등 5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 등 5명은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있는 포스코 인재창조원 사무실에 침입해 회사 서류와 직원들의 업무수첩 등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인재창조원에는 포항 본사에서 사무실을 옮긴 일부 부서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노조원들은 서류를 빼앗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보강 조사를 거쳐 절도와 무단침입,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A씨 등을 입건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조원들이 탈취한 서류는 25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추 의원은 “포스코가 추석 연휴 동안 은밀하게 노조 와해 공작을 펼치고 있었다”며 사내에서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올해 들어 노무협력실 산하에 노사문화그룹을 신설했고 이들이 노조 와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이른바 '노조 대응 문건'으로 ‘강성 노조의 부작용’, ‘노동조합의 정치 세력화 우려’ 등의 제목이 붙었다. 현장 관리자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른 하나는 '포스코를 사랑하는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드리는 호소문'이다. 일반 직원들에게 배포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됐으며무명의 직원 명의로 노조 반대 여론을 자극하는 내용이 담겼다.
추 의원은 이 문건들을 논의한 회의 참석자들이 '우리가 만든 논리가 일반 직원들에게 전달되는지 시범 부서를 선정해 조직화해야 한다', '행정부소장 또는 제철소장이 해야하고 미션(임무)을 분명히 줘야 한다'고 노트에 적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직원 수첩과 칠판 메모에는 새 노조를 견제하고 9명 뿐인 기존 노조를 단체교섭권을 지닌 노조로 키우기 위해 카드와 활동비, 전임 지원까지 검토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기존에도 노조가 있긴 했지만 9명에 불과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50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다 최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새 노조로 공식 출범했다.
추 의원은 "노조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지 일주일 만에 노조 파괴 공작을 벌이는 범죄가 드러났다"며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노조원들이 스스로의 범죄행위는 감추고 마치 노무협력실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처럼 호도했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보장하며 특정 노조에 어떤 선입견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협력실이 연휴에도 근무한 이유를 놓고는 "연휴에 본사 사옥이 전기시설 보수로 정전이 예고된 데 따른 것"이라며 "최근 노사관계 상황을 고려해 노사의 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 문화의 정착방안 마련이 시급해 휴일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노조원들도 적법하게 노조활동을 해야 하며 폭력이나 절도 등 불법적 행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