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현대차 정의선시대 개막, 젊은 미래 자동차회사로 '가속'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에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

정의선 부회장이 14일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3세경영의 막을 올렸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의 구상대로 현대차를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바꾸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동시에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과 주요 사안을 정몽구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되며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정 회장을 보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세경영 본격화라는 해석을 경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2017년부터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정 수석부회장의 대외적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로 3세경영이 개막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동안 다른 계열사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현대차 경영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카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이노션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 경영을 관장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현대차그룹 변화의 속도를 더욱 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올해 “(현대차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보다 더 ICT를 잘 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 변혁에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과거 자동차시장은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주로 경쟁하던 시장이었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이 등장하면서 현재는 구글과 애플 등 첨단 IT기업들까지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른바 전기장비(전장) 부품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것인데 정 부회장은 그룹의 자동차부품 핵심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차시장과 관련해 차량공유와 모빌리티 서비스 등으로도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2017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대기업 등을 가리지 않고 차량공유와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더욱 확대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그룹의 투자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선진시장인 미국과 신흥시장인 중국, 인도 등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 증대와 수익성 향상이라는 과제를 함께 풀어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사드보복 이전 수준으로 판매율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주요 시장의 하나인 북미 지역에서도 판매율 반등에 고전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상반기에만 5차례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사드 후유증은 여전하다.

현대차그룹은 7월 말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법인장을 모두 교체한 데 이어 현대차 소속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을 ‘중국상품담당’이라는 새 조직을 맡기는 등 중국에서 판매량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는 것도 정 수석부회장의 몫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한 그룹의 주력계열사 지분은 현대글로비스(23.29%)를 제외하면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라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만 경영권 승계를 완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3월에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지배회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발에 철회했다.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시장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변화를 채찍질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정 수석부회장을 포함해 윤여철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현대차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모두 7명의 부회장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6명의 부회장보다 한 단계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을 계기로 정몽구 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했던 현재 부회장단의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경영진의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왔다.

3월 하언태 부사장이 현대차 대표이사에 올랐고 7월에는 최준영 부사장이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에 ‘중장기 리더 후보군’인 부사장급 임원을 전면배치했는데 이들이 이른 시간에 성과를 낸다면 부회장단을 대신해 정 수석부회장을 보좌할 젊은 경영진이 대거 전진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