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과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이 6월15일 서울 중구 서울클럽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회장은 재계의 어른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대한상의 회장도 8년이나 역임했다. 과거 이력, 현재 명성 등을 놓고 볼 때 경총 회장에 굳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경총 회장에 올랐고 취임 이후 노익장을 과시하며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다. 청와대, 정부, 국회, 노조 등을 두루 만나 경총의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역시 손경식"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런 손 회장의 경총이 최근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거취 문제로 불거진 경총 내분은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터져 나오며 새로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송 부회장 측과 김 전 부회장 측의 힘겨루기로 보고 있다.
송 부회장은 경총 사무국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기존 세력들에게 반발을 사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반면 경총 사무국은 송 부회장이 소신과 철학을 앞세워 경총의 방침에 역행하면서 경총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대응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2004년부터 14년 동안 경총 부회장을 맡아 경총의 운영 전반을 총괄했던 만큼 여전히 경총 사무국에 영향력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손 회장은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을 놓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3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예정대로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의 해임안을 논의한다.
송 부회장은 2일 경총 회원사와 언론사 등에 ‘한국 경총 손경식 회장님께 드리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 순순히 물러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송 부회장은 질의서에서 “손 회장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압력에 굴복해 경영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손 회장에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과 관련해 객관적 답변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경총 회원사들에는 “여러분들이 한국 경총의 혁신과 역할 재정립을 위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의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요청했다.
손 회장은 송 부회장이 해임되든 유임되든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해임되면 경총 역사상 처음으로 상임부회장이 해임됐다는 오점을 남기는 것을 넘어 송 부회장이 장외에서 지속적으로 경총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경총의 비자금 의혹이 터진 상황에서 이를 눈감아 주기 위해 송 부회장을 해임했다는 여론이 일 수도 있다.
송 부회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도 부담이다. 경총 사무국과 송 부회장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이런 불편한 동거 속에서 경총이 각종 노동 문제 현안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총은 3월 손 회장이 회장에 오를 때도 다른 내정자가 이미 정해졌다는 논란이 일며 작은 내홍을 겪었다.
손 회장은 취임사에서 이와 관련해 “경총이 회원사의 뜻을 충실히 받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는지 혹여 현실에 안주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역시 손경식'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몰린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