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흔히 '로또청약'이라 불리는 아파트 분양시장 과열현상과 관련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약이 과열되는 일부 분양단지에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와 비슷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시장가격과 분양가격에 큰 차이가 생겨 투기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김현미, '로또청약' 광풍에도 국토교통부 대책 내놓을까

▲ 5월27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마련된 하남 '미사역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붐비고 있다. <동양건설산업>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청약 과열로 판단한 아파트단지에 대한 집중점검 등을 통해 분양시장의 투기 수요 쏠림에 대처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경기 하남에서 분양이 진행된 아파트 ‘포웰시티’와 ‘미사역파라곤’ 등 2곳에 6월4일부터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청약 집중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 진행된 포웰시티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26.29대 1을 보였고 미사역파라곤의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은 13.1대 1을 기록했다. 분양에 당첨만 되면 수억 원대의 이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른바 ‘로또청약’ 단지로 주목받아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전용면적 84㎡의 포웰시티 아파틀 분양받으면 2억 원, 전용면적 102~107㎡의 미사역파라곤을 분양받으면 3억~4억 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고 인근 부동산업계는 내다본다.

국토교통부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시세차익만 노리고 청약에 뛰어든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불법·편법 청약을 집중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부동산 담당 공무원에게 수사권이 부여된 60여 명 규모의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만들었다. 이후 청약이 과열되고 있는 단지와 ‘로또청약’ 단지를 중심으로 불법·편법 청약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여태껏 조사한 단지는 서울 강남 디에이치자이개포와 논현아이파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당산아이파크, 경기 과천위버필드 등이다.

하지만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목적으로 청약에 뛰어드는 수요를 근본적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질적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에 분양받을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는 한 사람은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상황에서 분양 이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 아니냐”며 “실거주 목적이든 단순 부동산 투자든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데 사람들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로또청약 단지가 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분양가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 등을 지정해 일정 기준을 넘는 분양가를 책정한 아파트에 대해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는다. 민간건설사들은 결국 분양 승인을 받기 위해 분양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게 된다.

그 결과 지어진 지 오래된 기존 아파트의 시세보다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시세가 싼 시장왜곡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희망자들이 분양시장에 몰려드는 것이다.
 
김현미, '로또청약' 광풍에도 국토교통부 대책 내놓을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장관은 국토교통부 장관에 취임하면서부터 “집값 급등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사실상 ‘투기세력과 전쟁’을 공언했다.

김 장관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긴 하지만 투기 수요가 집중되는 로또청약 현상에는 유독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부동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김 장관은 3월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로또청약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분양시장 과열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아무런 노력 없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분양시장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을 이중잣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또청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과거 도입됐던 ‘채권입찰제’의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채권입찰제는 청약희망자들이 아파트 분양대금 이외에 추가 입찰을 통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매입해야만 청약 기회를 주는 제도를 말한다. 수요자들이 기대되는 시세차익만큼 채권을 사야만 분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청약시장의 과열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로서는 희망자들이 구매한 채권으로 주거 취약지역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990년대 처음 도입됐다가 폐지된 뒤 참여정부에서 2006년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도입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명무실해졌다가 2013년 5월 제도가 사라졌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채권입찰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격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아직은 로또청약 문제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