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열사인 진에어와 에어서울에 항공 슬롯을 각각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1일 국회 교통위원회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2016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한국 인천~일본 나리타, 인천~ 일본 후쿠오카, 인천~필리핀 세부, 인천~일본 기타큐슈, 인천~필리핀 사이판, 인천~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노선 6개에서 슬롯을 교환했다.
 
안규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에 항공 슬롯 부당지원"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항공 슬롯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시간대별로 할당된 활주로 자리를 뜻한다.

대한항공은 2017년 4월28일부터 5월31일까지 오후 7시35분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인천에 도착하는 슬롯을 진에어에 넘겼다. 같은 기간 오후 10시35분에 운항하는 슬롯을 받았다.

2017년 6월1일부터 2017년 10월28일까지 인천~세부 노선에서 오후 7시45분 떠나는 슬롯을 진에어에 주고 진에어로부터 오후 8시35분 운항하는 슬롯을 받았다.

2017년 4월28일부터 2017년 7월19일까지 인천~기타큐슈 노선에서 오전 8시 슬롯을 진에어에 넘기고 진에어로부터 오전 7시25분 출발하는 슬롯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천~사이판 노선에서 2017년 6월1일부터 2017년 10월28일까지 오후 8시 슬롯을 진에어에 넘기고 진에어로부터 오후 10시50분 슬롯을 받았다.

2017년 7월22일부터 2017년 10월28일까지 오후 9시45분 코타키나발루를 출발해 인천으로 오는 슬롯을 주고 오전 6시25분 출발하는 슬롯을 받았다. 2017년3월26일부터 2017년 10월28일까지 오후 6시40분 코타키나발루를 목표로 인천을 떠나는 슬롯을 진에어에 넘기고 오후 10시20분 출발하는 슬롯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인천~일본 시즈오카, 인천~홍콩 등 11개 노선을 에어서울과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진에어와 에어서울로부터 넘겨받은 슬롯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승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한 시간대 슬롯들을 각각 진에어와 에어서울에 넘겨주고 불리한 시간대 슬롯들을 넘겨받은 것으로 항공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열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슬롯을 거래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항공 슬롯은 항공사 영업에 주요한 자산인 만큼 재산권 성격이 짙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제항공운송협회는 항공사들의 항공슬롯 교환을 권장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국제항공운송협회 규정에 발맞춰 자유롭게 교환했고 사이판 등 노선에서 슬롯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를 밟아 에어서울과 슬롯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계열 항공사의 영업에 유리한 슬롯을 양도하는 것은 편법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토부를 포함한 관계 기관이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