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의 '버닝', 어벤져스와 데드풀에 맞서 한국영화 자존심 세울까

▲ CGV아트하우스가 배급하고 이창동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버닝'이 17일 개봉했다.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은 ‘버닝’이 어벤져스와 데드풀 사이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울까.

극장가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로 시작된 열기를 ‘데드풀2’이 이어받으면서 영웅을 다룬 해외영화의 인기가 뜨겁다.

버닝은 '세상을 고민하는 청춘들'을 담은 영화로 외화 블록버스터물에 맞설 한국영화 기대작이자 올해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힌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버닝’은 17일 개봉 하루 동안 누적 관객 수 5만 명을 모았다. 개봉일이 평일이었음을 살피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13.1%로 데드풀2(65.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영화 가운데 버닝이 하루 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로 순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상영관 대비 매출이 많다는 뜻이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극장가에서는 “잠시 쉬겠다는 홍상수 감독의 말과 곧 신작을 내놓겠다는 이창동 감독의 말은 믿지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감독의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이 감독은 1997년 영화 ‘초록물고기’로 데뷔해 당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영평상 등을 휩쓸었다. 1999년 두 번째 작품 ‘박하사탕’ 역시 “나 돌아갈래”라는 유명대사를 남긴 명작으로 꼽힌다.

이 감독의 마지막 작품은 2010년 개봉한 ‘시’였다. 누적 관객 수는 22만 명 수준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뛰어난 작품성으로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세계에서 17개의 상을 받았다.

버닝은 이번 제71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영화기도 하다.

개봉 후 칸 국제영화제 일일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평론가 별점 3.8점(4점 만점)으로 역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으며 경쟁부문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이름만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창동 감독이 연출을, 배우 유아인씨, 스티븐 연씨, 전종서씨가 주연을 맡았다.

버닝은 유통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여자인 친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내용을 담았다. 가진 것이 없는 주인공과 극중 또 다른 주인공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버닝은 칸 국제영화제 수상 결과나 최종 흥행 성적과 무관하게 최근 영화산업에서 지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버닝은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았다. CGV아트하우스는 CJCGV에서 만든 예술영화를 주로 배급하는 브랜드다. 주요 배급 작품으로 ‘한공주’, ‘도희야’, ‘우아한 거짓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이 있다.

흥행성 높은 상업영화를 주로 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CJE&M의 영화사업부문)과 달리 CGV아트하우스는 작품성 위주의 예술영화를 배급하고 있다.

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독점하며 영화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영화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던 만큼 CJCGV아트하우스가 버닝 배급을 통해 수익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CJCGV는 최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 관람료를 인상하고 대부분 상영관에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몰아주면서 독과점 논란 한 가운데 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