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이 서영이앤티를 부당지원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으면서 지분 승계 작업을 진행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앞으로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에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넘겨주는 작업을 남겨놓고 있다.
 
박문덕, 공정위 제재로 하이트진로 경영권 승계 작업 차질 불가피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왼쪽)과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그룹 지주회사다.

보통주 기준으로 박문덕 회장이 지분 29.4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고 서영이앤티가 지분 27.7%를 쥐고 2대주주에 올라있다. 하이트문화재단도 7.54%를 보유하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맥주냉각기를 제조해 파는 회사다.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지분 58.44%를 보유하고 있으며 차남인 박재홍 하이트진로 상무가 21.62%, 박문덕 회장이 14.69%, 박문덕 회장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이 5.16%를 들고 있다.

앞으로 박문덕 회장이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박태영 부사장에 넘기면 하이트진로그룹 지분 승계는 마무리된다.

박태영 부사장이 박문덕 회장의 하이트진로홀딩스 보유지분을 물려받으려면 막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영이앤티가 박문덕 회장의 지분을 인수해 하이트진로홀딩스의 1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서영이앤티가 박문덕 회장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인수하면 하이트진로그룹은 박태영 부사장->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서영이앤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 보통주의 장부가격은 1주에 2만8122원이다. 박문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가격은 192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영이앤티 자산의 92%에 이르는 수준이다.

서영이앤티가 박문덕 회장으로부터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인수할 여력을 확보하려면 몸집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하이트진로그룹의 서영이앤티 부당지원 행위를 단속하고 나선 만큼 서영이앤티가 몸집을 키우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정위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와 삼광글라스 사이 맥주캔 납품계약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지급받는 등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하이트진로와 삼광글라스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고 1월 파악했다.

서영이앤티는 2016년 매출 744억 원을 거뒀는데 2007년보다 매출이 4배 이상 늘어났다. 2016년 자산규모가 2092억 원으로 2007년 말보다 7배가량 커졌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 삼광글라스에 각각 과징금 79억4700만 원과 15억6800만 원, 12억1800만 원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와 박태영 부사장 등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분 승계 작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서영이앤티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박태영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순탄하게 진행하고 있다. 박문덕 회장은 2014년 3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고 박태영 부사장은 2016년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태영 부사장은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아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아래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