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100조 규모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에서 승리할까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7년 10.월26일 잠실 롯데호텔 토파즈룸에서 아델 파키흐(Adel M. Fakeih)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의 예방을 받고 사우디가 추진중인 상용원전 도입과 관련해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최대 100조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이 올해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경쟁국보다 다소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수주를 확정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해외 원전 수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총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 안에 발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프로젝트의 규모는 2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같은 용량의 원전을 8기 더 발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전체 사업규모는 1천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첫 2기를 수주하면 후속 수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5개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들의 기술과 사업 실적 등을 담은 자료요청서(RFI)를 1월 안에 평가하고 이르면 4월까지 후보군을 2~3개국으로 추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18일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비를 한창 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월 원전 수주전을 지원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5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전 건설 관련 협정을 맺고 지속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4월 2~3배수 컷오프 통과가 유력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3월 중소형 스마트원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두 나라가 공동으로 투자해 스마트원전 2기 이상을 건설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내 원전 추가건설과 제3국 수출을 추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현재 한국전력기술과 포스코건설이 건설전 설계용역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11월까지 설계용역이 마무리된다.

지난해 10월에는 제1차 장관급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위원회를 열고 제조·에너지 등 5개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내용의 협력각서(MOC)도 맺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장관급 비전 2030 협력 플랫폼을 마련한 나라는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번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각별한 관계인 UAE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있는 것도 긍정적 부분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원전 2기의 규모는 2800만㎾로 우리나라가 UAE에서 짓고 있는 바라카 원전과 동일한 용량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이 UAE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8일 한국을 방문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공동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백 장관은 “칼둔 청장이 주위 나라에 한국 원전을 추천하고 있으며 사우디 진출에 많은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하는 구체적 방법까지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무작정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 한국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최근 유력한 후보로 미국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원전 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왔다.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도 상당한 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업체가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기술을 사용하는 나라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하려면 미국 정부와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완화해 주는 조건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심 빈 압둘라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에서 “국내에서 우라늄을 추출해 핵연료를 자급자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는 핵개발 의심국가로서 이란과 중동에서 핵 패권을 경쟁하고 있는 만큼 우라늄 농축은 국가적 관심사안이 아닐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으로부터 사드 발사대와 미사일 등 150억 달러 규모의 사드 체계를 구입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원전 수주를 지렛대 삼아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치열한 경쟁 속에 우리나라도 수주를 위해 상당한 선물보따리를 제공해야 할 가능성도 큰 부담이다. 벌써부터 원전연료 생산공장 건립 지원, 생산기술 이전 등의 조건을 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원전 첫 수출인 UAE 바라카 원전 수주와 관련한 이면 군사협정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UAE 원전 수주 대가로 한미동맹 수준에 버금가는 연합 군사지휘체계를 구성하고 유사시에 우리군을 파병하는 내용의 군사협정(MOU)을 맺었다.

UAE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 UAE가 두 나라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경우 UAE에 제공한 혜택에 준하는 조건들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현실적으로 UAE와 맺은 군사협정 수준을 요구할 경우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