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편의점을 하고 있지만 담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릴과 아이코스 독점판매권이 뭐길래, 세븐일레븐 점주 한숨만

▲ KT&G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릴'.


롯데그룹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CU가 상반기에 아이코스를 독점판매한 데 이어 최근 GS25가 릴을 독점판매하며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세븐일레븐 점주들은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가맹점주는 “엄연히 담배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어떤 담배는 팔아도 되고 어떤 담배는 팔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각 담배회사들이 편의점과 독점판매 계약을 맺으면서 사실상 모든 편의점 점주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독점판매권이 풀려 릴을 판매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세븐이 아이코스에 이어 릴 독점판매권까지 확보하지 못하면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본사 직원에게 항의하는 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세븐일레븐 점주의 경우 소송까지 검토하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코스가 문을 연 국내 궐련형 담배시장이 뜨거워지면서 편의점회사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담배회사와 독점판매권 계약을 따낸 편의점들은 기기와 전용스틱 매출뿐만 아니라 편의점 전체 매출이 오르는 등 수혜를 누리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편의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아이코스는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 3사의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3분기에 편의점 3사 가운데 담배 매출이 늘어난 곳은 CU뿐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6월부터 3개월 동안 아이코스를 독점판매했다. 8월 이후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탑도 아이코스 판매에 뛰어들었고 현재 이마트24와 GS25에서도 아이코스를 판매하고 있지만 CU는 가장 호응이 뜨거운 출시 초반 독점판매에 따른 시장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3분기 편의점 3사의 영업이익도 엇갈렸다.

3분기에 BGF리테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반면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4.5% 감소했고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7% 줄었다.
 
릴과 아이코스 독점판매권이 뭐길래, 세븐일레븐 점주 한숨만

▲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편의점 입장에서 담배는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모객효과가 좋아 연관 매출이 높다. 담배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직 세븐일레븐이 아이코스를 판매하기 전 CU와 세븐일레븐을 동시에 경영하는 점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무단으로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코스가 CU에서 독점판매되기 시작한 뒤 다른 편의점에서 담배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GS25가 아이코스를 팔지 못하면서 GS25 편의점 300여 개가 사라지는 것과 비슷한 타격을 입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4분기에는 GS25가 릴 독점판매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GS25는 11월부터 릴을 독점판매하고 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면서 아직까지 기기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가 많다.

편의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GS25가 초반 아이코스의 흥행성을 낮게 보고 독점판매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 뒤 아이코스가 선풍적 인기를 누리자 절치부심해 글로와 릴의 독점판매권을 따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글로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릴의 독점판매권을 따내는데 공을 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독점판매권을 놓고 “법인과 법인의 계약이다보니 상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 “편의점 수와 편의성 등을 고려해 공정한 절차를 통해 GS25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