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과 각국 정부들이 e스포츠산업의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입지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

  글로벌기업 e스포츠시장 각축전, 한국 종주국 위상 흔들  
▲ 마화텅 텐센트 회장.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회사를 시작으로 유명 스포츠구단과 전문경영인들이 e스포츠 투자에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중국 텐센트는 e스포츠산업 투자에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최근 향후 5년 동안 17조 원을 e스포츠산업 육성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정규리그 진행과 경기장 건설, 선수 육성 등은 물론 중국 우후시에 e스포츠 관련 사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 방송, 마케팅, 콘텐츠제작까지 사업에 아우르기로 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지역연고제를 도입해 연말에 개최하는 ‘오버워치’ 정규리그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케빈 추 카밤 공동설립자는 서울 기반의 오버워치 프로게임단의 구단주를 맡으면서 수백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프로게임단을 전담하는 법인을 세울 계획도 내놓았다.

로버트 크래프트 크래프트그룹 회장와 벤 스푼트 미스핏츠게이밍 CEO 등 미식축구나 프로야구 등 스포츠구단을 소유한 사업자들도 오버워치 프로게임단 구단주로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 발렌시아와 프랑스 PSG 등 기존 스포츠구단이 e스포츠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호나우두와 샤킬 오닐 등 스포츠스타들도 e스포츠 구단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협회(NBA)는 아예 게임회사 테이크투인터랙티브와 손잡고 농구게임 이용자들을 위한 프로게임리그를 출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시장의 규모는 2016년 기준 8억9200만 달러로 추산됐는데 2015년 추정치보다 45% 이상 증가했다. e스포츠리그 관객도 지난해 2억1400만 명에 이르렀고 2019년에는 3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시장이 이제 막 성장기에 진입한 만큼 시장을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투자금액이 대폭 늘어나면서 국제 스포츠기구와 각국 정부도 e스포츠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파리올림픽유치위원회와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4월에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e스포츠를 채택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정부는 e스포츠의 정식종목 채택을 계기로 항저우시에 대규모 e스포츠타운을 설립하고 유명기업 1천여 곳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기업 e스포츠시장 각축전, 한국 종주국 위상 흔들  
▲ 2017년 5월5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2017 가족e스포츠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e스포츠를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미국정부는 국제적인 스포츠선수나 예술인에게 주는 ‘P-1A 비자’를 2016년부터 프로게이머들에게 정식으로 내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액토즈소프트 등 게임회사들이 e스포츠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SK텔레콤을 제외하면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정부의 자금지원도 눈에 보이는 e스포츠대회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편성한 e스포츠 예산 26억 원의 70%가량이 대회지원에 쓰인다.

한국e스포츠협회장 자리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물러난 뒤 3개월 가까이 비어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e스포츠시장 규모도 7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돼 결코 작지 않지만 숨가쁘게 커지는 글로벌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타크래프트 시절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