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경기 안산시 A아파트는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교체했다. A아파트는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다.

A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멀쩡한 충전기를 2년만에 교체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B씨는 충전기를 교체하면서 전기차 충전요금이 1킬로와트(kW)당 200원 대에서 300원 대까지 뛰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기 리베이트'로 몸살 중, 과열 경쟁에 뒷거래로 충전요금만 올라

▲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새로 설치하는 아파트와 충전사업자 사이에 리베이트가 오가는 부정 거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충전요금이 크게 올라 불만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볼트업 전기차 충전기 조감도. < LG유플러스 >


최근 A아파트 사례처럼 노후 충전기가 아닌데도 전격 교체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각에선 충전기 설치·운영 사업자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들이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주민대표 등에 리베이트(뒷돈)를 제공하면서 멀쩡한 충전기를 교체하고, 이를 충전요금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아파트 전기 충전기 교체 시 충전사업자들이 관리나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커뮤니티 이용자 C씨는 “거주하는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를 교체한 후 완속 충전 요금이 320원을 넘으면서 집에서 떨어진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게 더 싸졌다”며 “전기차 충전기 교체와 관련한 리베이트 문제가 알려진 만큼, 우리 아파트에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전사업자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나 입주민대표들에게 금전이나 상품권 등을 제공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 상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에는 주차대수의 5% 이상, 2022년 1월28일 이전에 허가받은 아파트에는 주차대수의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충전기를 교체하면서 충전요금이 160원에서 324원까지 급등한 아파트 단지도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시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해부터는 스마트제어 기능이 적용된 완속 충전기에만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스마트제어는 충전기에서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완충 시 충전을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 충전기 보조금은 대당 140만 원이었지만, 스마트제어 기능이 있는 충전기 보조금은 220만 원으로 인상됐다.

이처럼 기후에너지부가 스마트제어 기능이 있는 충전기에만 설치 보조금을 지급한 이후 화재 위험이나 구형 충전기 등을 이유로 설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전기차 충전기를 교체하는 아파트 단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기 리베이트'로 몸살 중, 과열 경쟁에 뒷거래로 충전요금만 올라

▲ 길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서 차량들이 충전하고 있는 모습. < KG모빌리티 >


기후에너지부는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이듬해부터 스마트제어 기능을 적용한 완속 충전기에 보조금을 늘리며 적극 보급에 나섰다.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 완충이 됐는데도 계속 충전하면서 발생한 것이란 일각의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벤츠 전기차 화재 원인은 충전기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기후에너지부는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고, 전기차 화재를 예방한다며 스마트제어 기능을 탑재한 충전기에만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커지면서, 지하에 설치돼 있던 충전기들 모두 지상으로 옮기는 아파트들도 늘었다.

이 과정에서 충전사업자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충전기를 설치하는 과당 경쟁을 펼치면서, 아파트 단지 리베이트로까지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충전사업자들은 리베이트, 화재보험, 관리비 명목 등으로 손해를 메우기 위해 충전요금을 인상하고, 애꿎은 전기차를 타는 입주민들만 인상된 요금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부가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후부가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아니라 공공시설 충전기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보조금은 세금을 투입하는 문제인데, 개별 공동주택보다는 공공시설에 우선적으로 충전기 보조금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전기차 충전기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하자, 교체된 충전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3년 동안 충전요금 변동과 2023년 이후 충전기 교체 사례를 폭넓게 점검하고 있다.

기후부는 또 홈페이지에서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설치 보조금 부정 집행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충전기 사업자의 불법 영업행위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대한 부당한 금품제공 유인, 무분별한 철거 및 교체 유도 등이 신고 대상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리베이트 등 위법행위 의혹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며 “완속 충전요금이 합리적 수준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