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CJCGV 허리띠 조른 성과 뚜렷해, 1분기 기대작 개봉에 국내 극장 사업 온기

정종민 CJCGV 대표이사(사진)가 추진한 저수익 영화관 폐점 등 구조조정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종민 CJCGV 대표이사가 국내 극장 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허리띠를 졸랐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고정비를 낮추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극장사업이 2024년 3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회복 속도는 1분기에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CGV는 정종민 대표가 2024년 말 수장에 부임한 뒤 추진해온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2025년 실적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JCGV는 2025년 연결기준 매출 2조2754억 원, 영업이익 962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고 3일 공시했다. 2024년보다 매출은 16.22%, 영업이익은 26.71% 늘어난 것이다.

특징은 국내 극장사업이다.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44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4년 3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의 흑자다. 해당 사업의 영업손익만 보면 2025년 1분기에는 영업손실 310억 원에서 2분기 영업손실 173억 원, 3분기 영업손실 56억 원으로 적자 폭이 꾸준히 줄었다. 

분기 흑자 전환의 배경에는 고정비 구조를 낮춘 전략이 자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극장을 중심으로 폐점 정책을 추진했다. 실제로 CJCGV 지점 수는 지난해 1분기 190개에서 2분기 186개, 3분기 181개, 4분기 178개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만 14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신규로 개점한 지점은 고덕강일점과 파주운정점 등 2곳이었다.

영화관을 정리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무리한 폐점에 따른 임대차 갈등으로 법적 분쟁에도 휘말렸다. 현재 인천연수역점과 관련해 약 220억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논현점 임대인과의 소송에서는 1심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감원에 손을 대기도 했다.

정 대표가 다소 잡음을 감수하면서도 체질 개선을 밀어붙인 것은 아시아 지역 중간 지주사인 CGI홀딩스 매각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풀이됐다.

CJCGV는 현재 CGI홀딩스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CJCGV 전체 실적에서 CGI홀딩스 산하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연결 매출 기준 약 25%에 이른다. CGI홀딩스 매각 뒤 해당 법인들이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되면 CJCGV 실적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지역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 대표의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2025년 베트남 법인의 영업이익은 374억 원으로 2024년보다 4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법인도 영업이익 159억 원을 내며 25.2% 성장했다. 중국 법인 또한 영업이익 117억 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종민 CJCGV 허리띠 조른 성과 뚜렷해, 1분기 기대작 개봉에 국내 극장 사업 온기

▲ CJCGV는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44억 원을 내며 소폭 흑자전환했다.


이러한 상황에 앞서 선제적으로 진행된 국내 사업의 체질 개선이 빛을 보며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를 일부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 앞에 펼쳐진 분위기도 좋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1분기 영화 라인업 또한 국내 극장 실적에 온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는 설 연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충돌하는 남한과 북한의 비밀요원들을 그린 첩보 액션 작품이다. 배우 조인성씨와 박정민씨, 박해준씨, 신세경씨 등이 출연한다.

류승완 감독은 2015년 영화 ‘베테랑’으로 관객 1341만 명을 모은 일명 ‘천만 감독’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극장가가 침체됐을 때도 영화 ‘모가디슈’와 ‘밀수’, ‘베테랑2’ 등이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흥행했다. 이번 작품 ‘휴민트’와 비슷하게 유럽을 배경으로 한 첩보 영화 ‘베를린’ 또한 2013년 관객 716만 명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날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 또한 개봉 전 시사회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조선 단종이 폐위된 뒤 유배지 강원도 영월에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역사적 비극을 감동적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명절에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특히 배우들의 호연에 주목이 쏠린다. 배우 박지훈씨가 어린 선왕 이홍위(단종)을 연기했는데 ‘인생 필모그래피’라는 후기가 많다. 유배지 산골 마을 촌장 엄흥도를 연기한 유해진씨 또한 ‘연기 차력쇼’를 보여줬다고 평가 받는다.

이에 더해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와 플레이브의 공연 실황 등 ICECON(대체 콘텐츠) 작품들도 극장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JCGV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사업 체력을 다져 크지 않은 규모지만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며 “영화계에서 올해 작품 라인업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