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운전하는 전기차에 투자 안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AI 신사업 '배수의 진' 

▲ 테슬라가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로보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 시제품의 혹한기 시험 주행을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일부 럭셔리 전기차의 생산을 단종하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량과 휴머노이드 등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테슬라는 아직 전기차 판매가 매출의 77% 이상을 차지하는데 본업을 축소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CEO는 28일(현지시각) 진행한 2025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모델S와 모델X를 마무리하고 자율주행이라는 미래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S와 모델X 생산을 올 2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해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설비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생산 라인으로 전환해 연간 100만 대의 휴머노이드를 만든다는 방침도 내놨다.

또한 테슬라는 AI 개발사 xAI에 20억 달러(약 2조8500억 원)를 비롯해 올해 200억 달러(약 28조5100억 원) 규모의 자본 지출을 예고했다.

지난해 자본지출액인 85억 달러(약 12조 11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에 더해 테슬라는 AI와 휴머노이드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반도체를 양산하고 첨단 반도체 패키징 설비까지 모두 갖춘 종합 반도체 제조 설비 ‘테라팹’ 구상도 내놨다. 

테슬라는 그동안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쌓아 시장을 주도해 왔는데 이를 포기하고 AI 신사업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올해는 자본지출(CapEx)이 매우 큰 해가 될 것”이라며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물론 테슬라 전체 전기차 출하량에서 모델S와 모델X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으로 적다. 

그러나 고가 전기차로 벌어들이던 확실한 캐시카우를 포기하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로봇 시장에 공장 전체를 베팅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기차 시장 중심이 중저가 제품으로 옮겨가 프리미엄 차종은 더 이상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반영했을 수 있다. 

실제 테슬라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948억 달러로 2010년 나스닥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2.9%)을 기록했다. 핵심인 자동차 부문 매출은 2년 연속 역성장해 올해 9.8% 급감했다. 
 
"사람이 운전하는 전기차에 투자 안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AI 신사업 '배수의 진' 

▲ 작업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부품을 설치하고 있다. <테슬라 X 영상 갈무리>

전기차 판매로 수익을 내던 시대가 끝나간다는 점이 현실로 나타나는 셈이다. 

머스크는 “미래에는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거리의 비중이 5% 미만 어쩌면 1% 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이 2024년 32억8천만 달러(약 4조6700억 원)에서 8년 뒤인 2032년 660억 달러(약 94조 원)로 20배 넘게 커진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 택시 시장도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2034년에는 1900억 달러(약 270조 원)에 이른다. 

반면 전기차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구매 지원 정책을 철회해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30만 대로 2024년 128만 대와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이에 테슬라가 전기차 차종을 축소하고 AI 신사업에 ‘올인’하는 건 오히려 로봇 판매나 자율주행 구독료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안일 수 있다. 

조사업체 퓨처럼에쿼티스의 셰이 볼루어 전략 총괄은 로이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본업인 전기차 사업은 후순위로 미루고 AI 인프라에 투자할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장부에 440억 달러(약 62조7천억 원) 이상의 현금과 투자 자산을 확보했고 은행과도 논의중”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테슬라가 전기차 수익성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미래 사업에 올인하며 퇴로를 스스로 차단한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 경영진은 차량 판매보다 로보택시 운행을 포함한 서비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